기본소득에 이어 기본자산이 최근 인기다. 프랑스 출신의 유명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최근작 에서 매년 25세가 되는 청년에게 성인 평균자산의 60%(서유럽 기준 12만 유로, 한화로 약 1억6000만 원)를 지급하자고 주장해 세계적으로도 화제가 되었고, 국내에서도 정의당이 지난 4월 총선 제1공약으로 청년기초자산제를 내놓은 데 이어 여권 일각에서도 기본자산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기본자산, 과연 필요한가?
먼저, 기본자산이란 무엇인가? 기본소득과 비교하면 쉽다. 둘 다 모든 시민에게 일정액의 돈을 조건 없이 지급하자는 제안이다. 다만 지급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 정기적으로(예: 매월) 지급되는 정액의 소득이 기본소득(basic income)이라면, 기본자산(basic capital)은 일정한 나이(예: 20세 또는 25세)에 도달한 모든 시민에게 한번 지급되는 목돈이다. 그러나 '기술적으로만' 보면 둘은 차이가 없다. 향후 정기적으로 지급될 기본소득의 현재가치만큼을 기본자산으로 지급한다면 말이다. 반대로, 그러한 기본자산을 금융기관에 신탁하고 매월 일정액(기본소득)을 받아쓸 수도 있다. 또한 20세에 도달한 모든 시민에게 기본자산을 지급하고 60세부터는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식으로, 둘을 배합하는 것도 가능하다.
최근 기본자산제가 주목받는 것은 자산불평등이 소득불평등의 주요 원인으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부의 대물림(상속)이 최근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자산세와 상속세의 누진성을 강화해 모인 재원으로 모든 시민에게 일정액의 자산을 지급하자!' 이런 성격 때문에 기본자산제는 '사회적 상속제'라 불리기도 한다.
이렇게 기본자산론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모순 하나를 정확히 짚고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모순의 해결을 기본자산에서 구하는 것, 과연 바람직한가?
먼저 생각해보자. 왜 개인이 자산을 필요로 할까? 통상적인 소득으로는 대처하기 힘든 예외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자녀가 대학에 가거나 집이나 차를 살 때, 가족 중 누군가가 갑자기 아플 때 등등. 이럴 때 필요한 목돈은, 화장대에 꽁꽁 숨겨둔 금붙이를 팔거나 적금을 헐어 충당할 수밖에 없다. 그런 금붙이나 적금이 '자산'이다.
하지만 자산의 이와 같은 필요성은 점점 줄고 있다. 국가의 역할이 커졌고 금융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요즘은 국가장학제도 덕분에 등록금을 못 내 대학을 못 가는 일이 크게 줄었고, 제도를 잘 활용하면 당장엔 '내 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도 집 한 채 정도는 살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 같은 사회보험도 나름대로 잘 작동중이다. 그밖에 개인은 사업을 벌이기 위해 자산을 보유하고자 할 수도 있는데, 역시 국가 기능과 금융제도의 발달 덕분에 요즘엔 사업의 수익성이 어느 정도 입증만 되면 그 초기자금을 개인이 온전히 부담하지는 않아도 된다. 물론 이상의 사항들과 관련된 제도가 부족할 수도 있다. 이럴 때 바람직한 정책방향이 뭘까? 개인에게 자산을 지급하는 것인가? 아니면 제도를 보완함으로써 개인들에게 자산의 필요성을 줄여주는 것인가?
이렇게 보면, 왜 1970년대에 도입되어 호평받았던 '근로자재산형성저축'(일명 '재형저축') 정책이 2010년대 박근혜 정부에서 부활했을 때 Vs 기본자산, 무엇이 불평등의 대안인가: 경제일반: 경제: 뉴스: 한겨레모바일 처참하게 실패했는지가 분명해진다. 재형저축이란 노동자가 월급 일부를 성실하게 저축하면 국가가 보통의 예금에 비해 이자도 더 주고 세금도 감면해주는, 그리하여 일정 기간 뒤 노동자가 목돈을 쥘 수 있게 해주는 제도였다. 이것이 성행한 1970-80년대는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극심한 '각자도생' 사회였다. 돈이 없으면 초등교육도 못 받고 병원도 언감생심이던 시절이니, 자산은 정상적인 소비행위를 위해서라도 누구에게나 필요했다. 2010년대의 한국은 어떤가? 적어도 교육·의료·주거 등의 이유로 자산을 보유해야 할 필요성은 ('완전히'는 아니어도) 크게 줄었다. 그 대가로 개인은 장기간 금융회사의 '노예'가 될 가능성도 높아졌지만 말이다.
오늘 대한민국에서 자산의 의의는 다른 데 있다. 그것을 통해 수입을 거둔다는 것 말이다. 2013년에 부활한 '박근혜 표 재형저축'이 부자들의 축재수단으로 전락한 것도 그래서다. 가수 남진이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라고 노래를 부른 게 1972년이다. 지금은 어떤가? 초원 위의 집이 Vs 기본자산, 무엇이 불평등의 대안인가: 경제일반: 경제: 뉴스: 한겨레모바일 아무리 멋져도 그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실패한 '투자'로 간주되는 세상 아닌가?
자, 우리 청년들이 기본자산으로 한꺼번에 몇천만 원을 받게 되었다고 하자. 그들은 이 돈으로 무엇을 할까? 요즘 같은 경제 환경에선, 그들이 주식시장이나 부동산 중개업소로 가장 먼저 달려가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복권이나 도박은 어떤가? 많은 기본자산 옹호자들은 기본자산의 용처를 제한해 이를 방지하겠다고 하지만, 그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다른 용도도 마찬가지다. 창업? 필요한 이들에게 몰아주는 게 낫지 않나? 유럽 배낭여행?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어쨌든 이런 용도라면 국가의 다른 정책이나 금융제도를 통해서도 얼마든 지원할 수 있다.
처음으로 돌아가자. 왜 요즘 기본자산이 주목받나? 자산불평등 때문이다. 왜 자산불평등이 문제인가? 자산이 소득을 낳기 때문이고, 그런 이유로 소득불평등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해법? 자산으로 거두는 소득에, 그리고 자산의 소유 자체에 과세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런 과세는 세수확보보다도 자산 소유에 대한 인센티브를 낮추는 게 Vs 기본자산, 무엇이 불평등의 대안인가: 경제일반: 경제: 뉴스: 한겨레모바일 목적이며, 그것이 효과를 내면 자산불평등도 얼마간은 완화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할 얼마간의 세수는 어떻게 쓸까? 굳이 청년을 위하겠다면, 교육·주거·고용 등에서 공공성을 높여 청년의 생활비를 줄이고 삶을 안정시키는 데 쓰는 게 어떨까?
기본소득 vs 기본자산, 무엇이 불평등의 대안인가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 팬데믹을 선언한 지 12일로 만 1년을 맞는다. 불평등한 사회를 반영하듯 코로나19의 전파도, 그로 인한 사회적인 피해도 평등하지 않았다. 기존 복지체계의 한계도 드러났다. 기존의 사회 안전망은 코로나 이전에 커져가는 불평등에도 대응하지 못했지만, 불평등한 코로나의 피해에도 무기력했다.
마침 새로운 대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기존 복지체계를 강화하는 전국민고용보험이 주요 정치적 의제로 부상했고, 이전엔 불가능해 보이던 대안들인 기본소득제와 기본자산제도 전례 없는 관심을 받고 있다. 기본소득은 모든 개인에게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현금이고, 기본자산은 특정 연령대에 도달한 사람에게 상대적으로 목돈을 주는 제도다. 두 제도는 함께 논의된 역사가 있다. 초기 기본소득 제안자로 꼽히는 토머스 페인은 기본자산제를 함께 주장했다. 그는 1796년 발간한 저서 에서 토지에 세금을 매겨 만 21살에 이른 성년에게 15파운드를 주고, 만 50살 이상의 모든 사람에겐 매년 10파운드씩을 지급하자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기본소득 이론가로 꼽히는 필리프 판 파레이스와 기본자산제를 체계화한 브루스 애커먼과 앤 Vs 기본자산, 무엇이 불평등의 대안인가: 경제일반: 경제: 뉴스: 한겨레모바일 올스톳 역시 2003년 미국 ‘리얼 유토피아 프로젝트’란 콘퍼런스에서 함께 열띤 토론을 벌였고, 이 논의를 계기로 두 제도가 널리 알려졌다.
국내 정치권에선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기본소득론자와 기본자산론자를 자처하고 있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이들이 왜 기본소득과 기본자산을 주장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대담 자리를 마련했다. 대담은 지난 2월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됐다.
―기본소득제와 기본자산제가 전례 없는 관심을 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김두관(이하 김) “용혜인 의원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함께 활동하면서 불평등 현황을 살펴봤더니, 소득의 불평등도 심하지만 자산의 격차는 더 심각했다. 상위 10%가 사회 전체 자산의 절반을 보유하고 있다.(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상위 10%의 순자산 점유율이 43.7%를 차지) 이런 격차는 개인이 극복하기 어렵다. 결국 불평등 해소와 계층 이동이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게 시대적 과제이고, 이런 문제들을 대응하기엔 기본소득보다 기본자산제가 나은 대안이라고 보고 있다.”
용혜인(이하 용) “두 제도 모두 기본적인 문제의식은 비슷하다. 불평등 해소가 시대적 과제이고, 일자리가 없는 사람을 지원하는 기존의 방식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게 확인되고 있다.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코로나19가 이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가?
용 “일자리를 통해서만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코로나19가 여실히 보여줬다. 누군가의 잘못이나 무능 때문이 아니라, 다른 요인으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지고 소득이 끊겨버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많은 국가들이 최소한의 조건으로 국민들에게 소득 지원을 한 이유였다. 한국은 긴급재난지원금이란 이름으로 모든 가구에게 조건 없이 소득을 지원한 전대미문의 시도를 했다. 정부가 조건 없이 돈을 준다는 건 과거엔 상상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한번 해보니까 ‘충분히 가능하고 효과가 있다’는 것을 많은 국민들이 체감했다. 그 이후에 국회에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분들이 여럿 들어왔다. 21대 국회에 기본소득 연구포럼이 만들어지고, 기본소득 법안도 발의되는 등 사회적 논의가 진전되는 분위기다. 저는 기본소득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지,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수 있는지 등을 논의하자는 ‘기본소득 공론화법’을 대표 발의했고, 다섯개 정당 소속 의원 스무명이 공동 발의에 참여해주었다.”
김 “코로나 시기에 지급된 재난지원금은 일회성 보상으로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기본소득과는 다른 개념이다. 두 개념은 엄연히 구분되어야 한다. 코로나 이후에도 기본소득이 필요한지는 잘 따져봐야 한다.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이들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대량 실업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제한다. 영국 산업혁명 당시에도 기계가 일자리를 대체한다고 해서 기계를 파괴하는 ‘러다이트 운동’이 있었다. 하지만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오히려 늘었다.”
용 “일자리 자체가 사라지지 않더라도 프리랜서와 초단기 저임금 노동자들은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고용과 연계되는 복지제도는 필연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많은 분들이 기본소득이 복지제도를 흔든다고 보는데 선후 관계가 바뀌었다. 복지제도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에 기본소득이 등장한 것이다. 또한 기본소득이 기술 발달로 인한 실업이나 저임금 불안정 일자리의 양산을 전제로 한다는 비판은 일견 타당하지만, 이를 전복적으로 사유했으면 좋겠다. 지금도 한국은 장시간 노동을 하는 국가이고, 여전히 열악한 일자리에선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가 상당수다. 그 노동 시간을 줄이고 가족과 지인들과 자기 자신을 위한 시간들을 늘려나가면 어떨까. 로봇이 사람의 일을 하게 된다면 ‘재주는 로봇이 부리고, 돈은 사람이 받으면 되는 것’ 아닌가.”
―두 분의 생각도 서로 차이가 있지만, 한편에선 기본소득제와 기본자산제 둘 다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노동 의욕을 떨어뜨려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비판도 있고, 복지를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도 있다.
김 “기본자산제는 기존 복지를 대체하지 않고, 경제에 악영향을 줄 정도로 많은 재원이 들지도 않는다. 출생아 수 연 30만명에게 2천만원씩 지급한다고 하면 연 6조원 정도가 필요하다. 이는 올해 정부 예산 558조원의 1%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충분히 정부 재정에서 감당할 수 있다.”
용 “기본소득을 주장하면 우파 쪽에선 ‘이건 공산주의 배급제’라고 공격하고, 좌파 쪽에선 ‘자본주의를 유지 발전시키는 제도’라고 비판한다. 나는 오히려 기본소득이 좌우를 넘어 새로운 사회 계약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기본소득에 대한 주요 비판은 ‘노동 의욕을 감소시킨다’는 점이다. 기본소득당은 월 60만원의 기본소득을 주장하고 있고, 한국에서 다른 분들은 월 30만원안 정도를 제안한다. 이 정도는 노동 의욕을 감소시키는 수준이 아니라고 본다. 복지와의 대립 구도에 대해선 최근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께서 ‘지금 있는 복지 재원 다 털어도 20만원 기본소득도 못 한다’고 말씀하셨다. 기본소득이 아닌 복지 확대가 중요하다고 하면서 왜 증세를 얘기하지 않는가란 의문이 든다. 기본소득은 전국민이 혜택을 받는 아이디어이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증세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
―두 분의 입장을 좀 더 분명히 하기 위해 다섯개의 보기를 준비했다. ①기본소득 찬성하고 기본자산 반대 ②기본자산보다 기본소득 먼저 시행 ③둘 다 함께 추진 ④기본소득보다 기본자산 먼저 시행 ⑤기본소득 반대하고 기본자산 찬성이다. 먼저 단답식으로 답변해달라.
용 “둘 중에 하나만 고르라면 기본소득을 선택하겠지만, 다섯개 보기 중에선 2번 입장이다.”
김 “용혜인 의원에겐 미안하지만, 5번 입장이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용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사이에서도 조세 부담률이 낮은 편이고, 기본자산보다는 기본소득이 증세에 대한 광범위한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 그렇게 증세에 대한 합의를 이뤄내야 기본자산은 물론 다른 복지도 확충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기본소득이 먼저 기본으로 깔려야 그다음의 다른 복지 확충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김 “기본소득을 시행하려면 정부 재정 전체를 재편해 새롭게 설계해야 하는데 그게 과연 가능한지 의문이다. 기본소득 재원으로 거론되는 디지털세, 탄소세, 국토보유세 등의 세목을 만드는 것에도 상당한 조세 저항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행해도 거칠게 말하면 기본소득은 결국 개인에게 푼돈이다. 반면 기본자산은 신생아에게 2천만원씩을 지급해도 연 소요 재원이 6조원이고, 이는 충분히 정부 재원으로 마련할 수 있는 규모다. 저는 이미 걷히고 있는 약 9조원 규모의 상속·증여세를 기본자산 재원으로 삼자고 주장하고 있다. 신생아에게 2천만원을 지급하고, 국민연금 등이 잘 운용해 성년이 될 때 개인당 5천만원씩을 마련해주자는 제안도 하고 있다. 이 정도면 사회 첫발을 내딛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대학등록금으로 쓸 수도 있고, 5명이 의기투합해 2억5천만원의 자본금으로 창업을 할 수도 있다.”
―기본자산제는 탕진할 우려가 있고, 탕진 이후의 삶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 또한 최근 부동산 폭등에 이어 주식투자 열풍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기본자산제가 이런 흐름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탕진의 우려 때문에 용처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취지에 맞지 않을 것 같다. 탕진하는 청년도 있겠지만, 잘 활용하는 사례도 많을 것이다. 또한 제도가 정착하고 증세 동의를 얻는다면 생애주기별 기본자산제도 검토해볼 만하다. 스무살 청년뿐 아니라 인생 이모작을 설계하도록 마흔살이나 예순살에게도 줄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최근 투자 열풍은 Vs 기본자산, 무엇이 불평등의 대안인가: 경제일반: 경제: 뉴스: 한겨레모바일 청년들이 빚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문제이고, 기본자산으로 경제관념을 가지고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론 20년 후에도 부동산이 폭등하면 그런 사회는 희망이 없다. 과거 부산·울산·경남 지역이 산업의 요람이었지만, 지금 이곳은 한해 5만여명의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간다. 부산에서 대학 졸업해도 좋은 일자리가 없다. 결국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해소되고, 지역에서도 혁신 사례가 나와야 한다. 혁신할 기회를 얻기 위해서라도 기본자산이 필요하다.”
―기본소득으론 자산 불평등을 시정하기 어렵지 않냐는 비판이 있다.
용 “자산 불평등 해소에도 기본소득이 더 효과적이다. 자산 격차 해소를 위한 가장 중요한 조치는 자산 자체에 무거운 과세를 하는 것이다. 이를 회피하고 청년들에게 일정한 목돈을 마련해준다고, 자산 불평등이 해소되지 않는다. 기존의 자산 격차는 기본자산제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자산가의 자녀들은 더 좋은 정보를 접하며 5천만원의 기본자산을 늘릴 기회를 얻겠지만, 저소득층 자녀들은 부모의 빚을 갚는다든지, 가족의 병원비로 쓰게 될 가능성도 크다. 한국은 이미 자영업자 비중이 굉장히 높은 사회다. 기본자산으로 창업한다고 해도 실패하고 문을 닫을 확률이 훨씬 높다. 기본자산을 그렇게 탕진하면 두번 다시 기회는 오지 않는다. 오늘의 실패가 내일의 더 나은 선택의 기회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에서 기본소득이 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 의원께선 자산 중과세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김 “다주택 보유자에게 중과세해야 하고, 지금의 종부세를 비롯해 자산이 많은 사람들에게 누진 과세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갖고 있다.”
―서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김 “두시간여 대화를 나누며 두 제도가 서로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가 될 수 있겠단 생각도 든다. 소액으로밖에 시작할 수 없는 기본소득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여전히 염려스럽지만, 장기적으론 충분히 상호 보완적인 관계가 될 거라고 본다.”
―앞서 기본소득 반대하고 기본자산 찬성한단 입장에서 기본자산을 먼저 하자는 쪽으로 선회한 것인가?
김 “그렇게 봐도 무방하다.”(웃음)
용 “오늘 대화를 나누며 기본소득론자와 기본자산론자가 증세의 구체적인 방법들을 함께 찾아보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1년여 국회 기재위 활동을 하며 증세가 쉽지 않다는 것을 실감했다. 기본소득이 아니더라도 조세체계 전반을 점검하는 데에 힘을 모았으면 한다.”
본 논문에서는 코로나19 위기에 대한 전향적 회복 방안으로서의 기본자산제를 제안했다. 주요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코로나19 위기에 대한 대응책을 미국형과 동아시아형으로 유형화했다. 미국형에서는 금융적 완화와 경제 주체에 대한 재정적 직접 지원을 결합했다. 동아시아형에서는 금융적 완화와 적극적 재정 투입에더하여 새로운 산업 공급망 구축에 적극 개입했다. 둘째, 동아시아 국가들의 대응책을 동아시아형 뉴딜로 개념화했다. 동아시아형 뉴딜에서는 소경영적 영역의 현대화와 안정화가 중요하고 이를 위한 인프라로서의 기본자산제의 도입이 필요하다. 셋째, 기본자산을 “생산적 활용에 필요한 공유 자산”으로 재정의했다. 동아시아 모델에 부합하는 기본자산제로, 청년 주거 기본자산제, 청년 갭이어 제도, 청년농지 기본자산제 등을 제시했다.
In this paper, a basic asset system was proposed as a bounce-forward plan for the COVID-19 crisis. The main contents are as follows. First, In the American type, financial easing was combined with direct financial support for economic entities. In the East Asian type, in addition to financial easing and active fiscal input, it actively intervened in establishing a new industrial supply chain. Second, in the East Asian New Deal, modernization and stabilization of small business areas is important, and the introduction of a basic asset system as an infrastructure for this is necessary. Third, basic assets were redefined as “shared assets necessary for productive use”. As a basic asset system in line with the East Asian type, the youth housing basic asset system, the youth gap year system, and the youth farmland basic asset system were proposed.
김공회 경상국립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성년이 된 모든 시민에게 일정액의 자산을 지급하자!’ 매력적인 주장이다. 일단, 느낌이 확 온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중에도 부동산 가격만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요즘, 상대적 박탈감과 취업난에 허덕이는 우리 청년들에게는 특히 더 소구력이 높을 것도 같다. 이 돈으로 무엇을 할까? 사업을 벌일까? 여행을 갈까? ‘간’이 작은 이들은 그 돈을 금융기관에 넣어두고 곶감처럼 조금씩 빼 먹으며 훗날을 도모할지도 모르겠다.
국가가 모든 시민에게 ‘기본자산’을 지급하자는 주장이 최근 인기를 얻고 있다. 일정 연령, 이를테면 만 20세에 도달한 모든 청년을 대상으로 하니, 기본자산제는 순차적으로 모든 국민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제도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정의당이 ‘청년 기초자산제’를 제1공약으로 내놓을 때만 해도 큰 주목을 받진 못했다. 하지만 그 사이에 불평등 연구로 유명한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신작 『자본과 이데올로기』에서 ‘보편적 자본지원’이 라는 제안을 내놓았고, 올해의 4ᆞ7 보궐선거에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기본자산제를 본격적으로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의 ‘청년출발자산’, 변성완 부산시장 예비후보의 ‘부산형 청년기초자산제’가 그것이다. 기본자산제는 내년 3월 대통령선거에서도 주요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미 김두관 의원과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각각 ‘국민 기본자산제’와 ‘기초자산제’를 내놓고 서로 ‘원조’ 경쟁을 펼치고 있을 정도다.
이렇게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기본자산제, 과연 무엇이고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기본자 산은 우리에게 조금 더 익숙한 기본소득과 어떻게 다른가? 기본자산이 오늘날 자산불평등을 해소 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
기본자산의 이상 - 기본자산 제안이 제기하는 문제들
왜 기본자산인가? 기본자산제가 제기하고, 또 해결하고자 하는 고유의 문제는 무엇인가? 이 질문 은 크게 두 측면에서 살필 수 있다.
무엇보다 기본자산은 그것의 수혜자에게 삶의 가능성 영역을 넓혀주리라 기대된다. 이런 성격 때문 에 기본자산의 직접 수혜자는 보통 청년으로 상정된다. 상당액의 목돈을 받고 그 처분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수 있으려면 나이가 너무 적어선 안되고, 동시에 그런 결정이 해당 개인의 삶에서 가급적 큰의미를 갖게 하려면 나이가 너무 많아도 안 된다. 기본자산은 본격적인 사회생활에 돌입하는 청년에게 지급되는게 제격일 것이다.
청년기의 실패 때문에 평생을 낙오자로 사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실패’라고 불릴만한 시도조차 해보지 못한 채 청춘을 흘려보내는 이들도 많다. 누군가에게 이것은 자발적 선택의 결과일 수도 있지만 돈이 없어 그런 선택을 강요받는 경우도 많다. 그런 청년에게 기본자산을 준다면 어떨까? 이를테면 만 스무살이 되는 모든 청년에게 5천만원을 준다면? 이제 그는 거액의 등록금이 드는 대학에 갈 수도 있고, 장기간 해외여행을 떠날 수도 있으며, 직접 사업체를 꾸릴 수도 있다. 미국의 법학자 브루스 애커먼은 기본자산제의 대표적인 현대적 주창자 가운데 한 명이다. 1990년대 말 그는 만 21세 청년에게 8만 달러의 ‘사회적 지분 급여’를 주자고 제안했는데, 그 배경엔 미국의 살인적인 대학등록금이 있었다.
옹호자들은 기본자산제가 자산불평등 완화에도 특효약이라고 주장한다. 소득불평등이 문제라곤 하지만, 소득보다 훨씬 더 불평등하게 배분되어 있는 게 자산이다. 더욱이, 자산불평등은 소득불 평등을 낳는 주요한 원인이다. 그러니 후자에 대한 문제제기는 ‘결과’를 시정하자는 것이지만 전자 에 대한 문제제기는 ‘원인’을 제거하는 의미가 있다. 끝으로, 자산은 세대를 거듭해 이전되기도 한 다는 점에서 자산불평등은 단순한 소득재분배보다 심원한 차원의 조치로써만 시정이 가능하다. 아마도 이상의 이유로 많은 이들에게 자산불평등을 문제 삼는 기본자산제가 소득불평등을 시정을 꾀하는 다른 제안들-특히 기본소득제-에 비해 ‘화끈하게’ 다가가는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자산불평등이 소득불평등의 주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이고 그러한 자산불평등은 상당 정도 자산 세습의 결과라는 점에서, 기본자산제는 거의 언제나 상속에 대한 문제제기를 동반한다. 실제로 김두관 의원과 정세균 전 총리 모두 상속ᆞ증여세 를 목적세로 전환해 기본자산 재원으로 삼겠다고 밝히고 있다. 피케티 또한 보편적 자본지원을 위해 자산보유세와 상속세를 강화하자고 제안한다.
기본자산의 현실 - 꼭 기본자산이어야 하는가?
기본자산 제안의 의의를 이상과 같이 청년의 삶의 가능성 확장 및 불평등 완화에서 찾는다면, 그것을 마다할 이유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현실은 어떨까? 앞의 절에서 구별한 기본자산의 두 가지 의의를 조금 더 전개해보자.
아참, 논의가 더 진행되기 전에 밝혀둘게 있다. 지금 ‘자산’이라고 하는 것은 실은 그냥 ‘목돈’이다. 경제학적으로 자산과 소득의 구별은 지극히 형식적인데, 개인에게 들어오는 모든 현금의 흐름은 소득이고 그러한 소득이 곧장 지출되지 않고 축장되거나 금융기관에 예치되면 자산이 된다. 따라서 엄밀히는 ‘기본자산’도 그냥 ‘소득’이다. 어쨌든 통상 적인 소득보다는 액수가 큰 돈이 기본자산이겠다.
기본자산이 청년의 가능성을 넓혀준다고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자산, 곧 목돈이 갖는 독특한 기능 때문이다. 등록금이 비싼 상급학교에 진학하거나 예기치 않은 질병에 걸렸을 때, 우리는 목돈을 필요로한다. 집을 살 때, 아니, 월세방 이라도 얻으려면 거액의 보증금이 필요하다. 외국으로 배낭 여행을 가기 위해 돈을 모아본 이들도 많으리라. 사업을 하려고 해도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하다.
과거엔 목돈을 직접 손에 쥐지 않으면 위와 같은 일들은 아예 할 수 없었다. 1976년에 도입된 ‘근로 자재산형성저축’ (일명 ‘재형저축’) 제도가 엄청난 호응 속에서 성공할수 있었던 것도 그래서다. 지금은 다르다. 목돈을 사전에 마련해두지 않아도 위 일들을 할 수있다. 대체로 금융제도와 복지제도의 발달 덕택이다. 요즘엔 대학 졸업 뒤에 학자금대출 원리금을 갚느라 고생한다는 말은 있어도 단 돈 몇만원이 모자라 등록금을 내지 못해 휴학했다는 얘기는 거의 들을수 없게 되었다. 돈이 없어도 사업아이템이 확실하고 계획서만 잘 쓰면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상당액의 초기자금을 지원받을 수도 있다. 자동차나 기타 고가의 내구재도 판 매기업이나 금융기관의 할부금융제도 덕분에 당장은 큰 돈 들이지 않고 손에 넣을 수 있다. 목돈이 점차 불필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자산보다는 소득
현대인에게 필수적인 것은 자산보다는 소득, 안정적이고 정기적인 소득의 흐름이다. 정부나 지자체, 각종 공적ᆞ시민적 기구들로부터의 무상 지원은 논외로 하더라도, 금융제도의 발달 덕택에 거의 모든 일시적 목돈 지출은 장기간에 걸친 원리금 상환 프로그램으로 변환될 수 있다. 국가장학제도와 같이 정부가 이를 도모하기도 한다. 자, 생각해보자. 누구나 인생의 어떤 국면에서 크게 한 번은‘도박’을 할 수 있다. 꼭 젊은시절에 하란 법도 없다. 그러니 기본자산이 필요하다면, 그 시기가 반드시 청년기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그러한 도박을 포함해, 한 사람이 평생 쓰게되는 지출액의 평균은 대동소이할 것이다. 그 액수가 계산될 수 있다면, 우리는 그 지출액을 저평균적인 개인의 일생에 걸쳐 그의 소득흐름을 고려해 아주 안정적으로 펼쳐놓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이젠 소득만이 중요할 뿐이다. 인생의 도박을 언제 감행하든 거기에 드는 거액의 비용은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지불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기본자산은 언제나 정기적인 정액의 소득 흐름으로 변환이 가능하다. 예컨대, 기본자산으로 받은 1억원을 다양하게 지출하는 대신 금융기관에 맡겨두고 앞으로 60년(=720개월) 동안 매월 정액의 현금을 받는 계약을 금융기관과 체결할수 있겠다. 이때 월 수령액에는 1억원에 붙은 이자도 포함될 것이므로, 월 수령액은 1억 원을 720으로 나눈 값(약 13만 9천 원)보다는 클 것이다. 이자율을 연 3%로 가정하면, 월 수령액은 30만 원이 된다. 거꾸로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60년 동안 매월 30만원의 정기적인 소득 흐름은 연3%의 이자율 아래서 1억원의 현재 가치를 갖는다. 이 상의 추론은 기본자산제와 기본소득제는 이론적으로 동일하게 설계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1)
물론 현실은 이론과 다르다. 무엇보다 기본소득과 기본자산을 소비자 입장에서 만족스럽게 변환해줄 금융기관은 Vs 기본자산, 무엇이 불평등의 대안인가: 경제일반: 경제: 뉴스: 한겨레모바일 없을 것이다. 이를테면 위 예에서, 1억원을 수탁한 금융기관은 3% 대신 2%로 적용이자율을 낮추고자 할 것이다. 이 경우 월수령액은 24만원에도 못미칠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건 금융제도가 발달함에 따라 양자의 상호전환이 가능해졌다는 사실이다. 제도 및 그것을 뒷받침하는 기술적 여건이 발달함에 따라 전환 과정에서 기관과 개인 간의 시차도 좁혀지고 있다. 과거엔 그런 전환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했고, 그 때문에 개인이 스스로 자산을 확보하고 있어야만 가능한 일들이 많았던 것이다.
자산불평등은 어찌할 것인가?
자산(=돈)이 그 고유의 기능을 잃고 있다. 대체로 1990년대 이후 우리 경제의 발달 추이로부터 이를 알아채지 못하기란 쉽지 않다. 근로 대중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재형저축 제도가 1995년에 폐지된 것도 그런 흐름의 일부라고 이해할 수있다. 이젠 전세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미리 허리띠를 졸라맬 필요가 없다.
하지만 여전히 자산은 중요하지 않은가? 어쨌든 자산불평등은 심각하고, 또 그것은 소득불평등을 낳는 핵심 원인 가운데 하나 아닌가? 만약 그렇다면, 자산불평등 완화를 위해 기본자산제의 필요성도 인정될 수 있지 않을까?
이 대목에서 자산이란 무엇인지를 다시금 생각해 보는게 유용할 것 같다. 보통 자산은 토지나 건물, 원재료ᆞ제품, 현금이나 각종 금융상품 등 다채로운 형태를 취한다. 꼭 소유를 해야하는 것도 아니어서, ‘삼천리 금수강산’은 우리 한국인의 소중한 자산이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쓰시던 만년필’과 같이 지극히 개인적이고 추상적인 의미를 갖는 자산도 있다. 이렇게 자산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고, 또 의미가 있다.
그러나 ‘자산불평등’이라는 맥락에서 자산이란 그저 화폐적 가치로써만 고려된다. 바로 그것이 문제다. 화폐를 포함한 금융자산은 상관이 없다. 문제는 비금융 자산이다. 저 만년필이나 토지를 어떻게 화폐로 변환할 것인가? 결국 의미 있는 것은, 해당 자산이 발생시킬 수 있는 일시적 또는 장기적 현금흐름의 현재가치(=가격)일 터이다. 이에 따르면 만년필이나 시골 야산 등은 거의 가치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니까 흔히 말하는 자산불평등에서 아버지의 Vs 기본자산, 무엇이 불평등의 대안인가: 경제일반: 경제: 뉴스: 한겨레모바일 유품이나 가치가 낮은 시골 야산은 전혀 문제가 아니다. 자산의 물적 양이 아니라 자산이 발생시 키는 소득의 크기가 중요하다. 시골 야산 1만평보단 서울 강남의 1평이 중요하다. 결국 여기서도 또다시 문제는 ‘소득’이다. 자산이 소득을 낳고, 그러한 소득이 소득불평등을 심화시킨다. 따라서 자산불평등 완화란, 자산에서 유래하는 소득을 줄이는것, 그 편중성을 낮추는 것에 다름아니다. 이는 무엇보다 그러한 소득에 높은 세율을 누진적으로 적용함으로써 해소할 수 있다. 이것이 피케티의 방식이다.
자산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줄이는게 핵심이라고 했다. 자산소득에 높은 세율을 적용해 자산의 소득발생 능력을 제한하는 것만으로도 자산불평등의 문제는 상당 정도 해소된다. 이러한 세제가 영구적 이라면 그것은 자산의 수익률, 즉 그것이 낳는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가치를 낮춤으로써 자산의 가치(=가격)를 즉각적으로 떨어뜨릴 것이다. 요컨대 자산소득에 높은 세율을 적용하기만 해도 자산가치 하락을 통해 소유권의 변동이 전혀 없이도 자산불평등이 완화되는 효과를 내는 것이다. 그런데 피케티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개인이나 법인이 보유한 자산의 가치에 의거해 별도의 보유세제까지 제안하고 있다. 이쯤 되면, 개인이든 법인이든 자산을 소유하고자 할 경제적 유인 (incentive) 자체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이상의 논의는 기본자산제를 보는 색다른 시점을 제공한다. 기본자산이 (자산)불평등 완화에 기여 하는 것을, 개인에게 지급될 저 기본자산액의 기능 이라고 여기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기본자산을 시민들에게 나누어주기 이전에, 즉 위의 자산소득이나 자산소유에 대한 세제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자산불평등은 결정적으로 누그러지는 것이다. 자, 그렇다면, 현재의 상속ᆞ증여세제 강화 또는 자산소득ᆞ자산소유에 대한 세제의 신설ᆞ강화를 통해 걷힌 재원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남는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기본자산제가 내포하는 문제들
물론 그 돈을 기본자산이 됐든 기본소득이 됐든, 아니면 그 어떤 형태로든 개개인에게 나눠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최선일까?
논의를 자산 영역에만 한정하자. 저 돈을 이를테면 만 25세가 되는 모든 청년에게 1억원씩 나눠 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보긴 어렵다. 우리 청년은 저 돈을 어떻게 써야할까? 여행? 그게 그렇게까지 중요한 일인가? 창업? 그걸 모두가 해야하나? 신규창업 기업의 평균 존속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아나? 주거? 그 돈으로 집을 어떻게 사나? 전월세 보증금 정도라면 지금도 저리대출이 되는데? 아, 청년인데 꿈도 안꾸냐고? 대체 왜? 그건 고정관념이다. 청년이든 노년이든 그냥 잠만 잘 자도 된다.
둘째, 사람들이 기본자산제에 대해 거의 공통적으로 걱정하는게 하나 있다. 우리 젊은이들이 그걸 들고 도박장에 가거나 주식시장이나 코인에 투자(?)하면 어쩌겠냐는 거다. 그런데 그것이 이상한 가? 이것이야말로 오늘날 자산(=목돈=여윳돈)의 궁극적이고도 거의 Vs 기본자산, 무엇이 불평등의 대안인가: 경제일반: 경제: 뉴스: 한겨레모바일 유일한 의미 아니겠는가? 다시 강조하건대, 과거 자산이 가졌던 고유한 의의들은 이제 거의 사라졌고, 자산의 거의 유일한 의미는 투자를 통한 소득창출이라는 것으로 수렴되고 있다. 그러니 우리의 청년이 기본자산 1억원을 가지고 주식이나 코인을 하는 것에는 조금도 이상할 게 없으며, 그것을 금지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다. 그리고 평균적ᆞ장기적으로 시장의 평균수익률 이상을 거두는 것이 개인에게 매우 어려운 일이라면, 저 기본자산은 증권사나 은행에 맡겨두는 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다. 이렇게, 오늘날 자산 보유를 통해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이 소득이라면, 국가는 그들에게 그냥 적정한 소득을 보장해 주면 되지 않을까? 왜 굳이 자산을 준다는 것인가?
셋째, 기본자산은 불평등 해소에 기여하더라도 그 정도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다. 어차피 나눠줘 봐야 이런저런 경로를 거쳐─주요하게는 금융시장 을 거쳐─기본자산으로 풀린 돈은 결국 시장에서 힘이 센 이들에게 흡수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자산불평등 해소는 자산의 보유 및 그로부터 유 래하는 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함으로써 주로 이루어질 수있다. 피케티 등의 연구가 보여준대로 자산소득이 불평등에 기여하는 것은 소득 최상위층, 아무리 넓게 잡아도 인구의 5% 안쪽에서의 일이다. 이 범위를 벗어나 있는 사람들의 소득은 대부분 노동소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을 모두 ‘고만고만한’ 자산소득자로 만들어주는게 자산불평등 완화인가? 우리 정치권에서는 이 점을 보다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적할 것은, 기본자산제는 국가균형 발전에 역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위기 와중에도 수도권 집중은 극에 달하고 있고, 그것이 우리 경제와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목돈을 손에 쥔 지방의 청년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개인차를 고려하더라도, 청년 인구의 수도권으로의 유출이 가속화되리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맺음말 - ‘기본’이 되는 사회를 향하여
이상의 논의에 따르면, 기본자산제는 단순히 최선이 아닌 정도가 아니라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정책이다. 그런데도 그것이 이토록 정치권 안팎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그 직관성과 단순성이 큰 매력 포인트일 것이나, 급속한 경제와 사회의 발전과 변화의 결과 개인에게 자산의 의의가 이미 크게 축소되었는데도 여전히 과거의 관념에 많은 이들이 사로잡혀 있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아닐까 한다. 오늘의 경제 현실에 맞는 접근이 필요하다.
다른 Vs 기본자산, 무엇이 불평등의 대안인가: 경제일반: 경제: 뉴스: 한겨레모바일 한편, 기본자산제의 인기는, ‘기본’ 시리즈의 유행이라는 최근 우리나라 정책 영역의 트렌드의 일부이기도 하다. 직접적으로 이는 우리 사회가 ‘기본’이 안되었음을 방증하는 것이리라. 아무리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삼성이 업계를 호령해도, 우리 경제 전체가 선진적이라고 하긴 어렵다. 아니, 삼성조차도 반도체는 잘 만들지만 자사의 노동자를 대하는 방식에선 여전히 후진적인 면모도 보이고 있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최근 ‘K-방역’의 성공이 보여주듯 어떤 면에선 세계 최고 수준을 달성했지만, 여전히 많은 영역에서 발전의 여지가 크다. 사회정책은 그런 부분 가운데 하나다.
결국 오늘의 글로벌 경제환경,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의 위상에 맞는 ‘기본’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첫 번째 과제가 아닐까? 사람들이 ‘기본’ 시리즈에 호응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의미에서일 것이다. 이에 비해 기본소득이나 기본자산은 이름에 ‘기본’이 들어갔지만, ‘기본 갖추기’의 한 방편일 뿐이다.2) 지금 우리에게 맞는 ‘기본’은 무엇일까? 다.
1) 계산에는 금융감독원에서 제공하는 ‘현재가치 계산기’를 이용했다. 다음 사이트에서 변수들을 바꿔가며 미래 기본소득의 현재가치를 계 산해볼 수 있다. http://fine.fss.or.kr/main/fin_tip/cal/cal03_03.jsp.
2) 기본소득 및 기본자산의 성격에 대한 보다 본격적인 논의는 김공회 (2020), 「긴급재난지원금은 기본소득의 마중물인가? 기본소득(론)의 과거, 현재, 미래」, 『마르크스주의 연구』 제17권 제3호, 106-131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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