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통화 스와프

마지막 업데이트: 2022년 4월 23일 | 0개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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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경제정보센터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많은 나라가 달러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달러 유동성의 위기를 경험했던 나라는 더욱더 경쟁적으로 더 많은 외환보유액을 유지하려고 한다. 1997년말 외환위기 경험이 말해 주듯 IMF로부터 돈을 빌릴 경우 그 나라는 경제주권을 빼앗기고 통제를 받게 되며 국가이미지 훼손이라는 대가를 지불하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한미간에 맺은 통화스와프 협정은 또다른 대안이 될 수 있다.

외환, 채권, 주식, 원자재 등과 같은 기초자산으로부터 파생되는 금융상의 계역형태를 파생금융상품이라 하고 이러한 상품을 거래하는 시장을 파생금융상품시장이라 한다. 파생금융상품시장은 계약 방식 1) 에 따라 선물시장, 옵션시장, 스왑시장으로, 기초자산의 형태에 따라 통화, 금리, 주가지수 등으로 세분된다. 따라서 통화스왑은 ‘통화’라는 기초자산을 ‘바꾸다, 교환하다’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는 ‘스왑’ 계약이라는 방식으로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국가간의 통화스왑 협정은 두 나라가 자국 통화를 상대국 통화와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RB)이 각국 중앙은행과 맺고 있는 연방은행 스왑 협정이다. 미국은 이렇게 얻은 외화로 환시장에 개입하여 달러 시세의 안정을 도모하고, 상대국도 이 달러를 사용하여 자국의 환시세 안정을 도모한다. 미국은 1959년 독일연방은행과 처음 통화스왑 협정을 맺은 뒤로 유럽 여러 나라와 캐나다, 일본 등의 중앙은행 및 국제결제은행과 협정을 맺고 있다. 2008년 10월 30일 우리나라도 국제금융위기의 여파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신흥국으로서는 처음으로 미국과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왑 협정을 체결하였다.

한국은행은 2008년 10월 30일 미 연준과 통화스왑 계약을 체결 2) 한다고 발표하였다. 이 계약으로 한국은행은 연준으로부터 원화를 대가로 최대 300억달러(약 39조원)까지 미 달러화 자금을 공급받을 수 있는 라인이 개설되었다. 이 계약의 유효기간은 2009년 4월 30일까지이다. 그러나 사실 달러는 기축통화이고 원화는 주변통화이다 보니 1:1로 교환되지는 않고, 정확히 말하면 원화를 담보로 일정한 이자(거래시 결정)를 지불하고 달러를 빌려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이 달러화를 재원으로 국내에 설립된 외국환은행 3) 들에 대해 경쟁입찰방식으로 미 달러화 유동성을 공급하게 된다.

한ㆍ중, 한ㆍ일 통화스왑 규모 확대

한ㆍ미간 통화스왑 협정 체결에 이어 우리나라는 2008년 12월 13일 국제적인 금융위기에 대응하는 조치로서 한-중, 한-일 간 통화스왑 규모를 각각 300억달러로 확대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한국은행은 일본은행과 원/엔 통화스왑계약 규모를 30억달러 상당에서 200억달러 상당으로 확대하기로 합의하였고 , 이는 2009년 4월 30일까지 유효하다. 한국은행과 일본은행 간 평시용 원/엔 통화스왑 30억달러는 단기 유동성 공급을 통한 역내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2005년 5월 체결되었다.

또한 한국은행은 중국인민은행과 양자간 통화스왑계약을 체결하고 1,800억위안/38조원(전액 원위안화 스왑으로 증액된 260억달러 상당은 평시에도 자유롭게 사용하고 기존 40억달러 상당은 기존 협약대로 위기시 인출) 이내에서 상호 자금지원이 가능하다고 발표하였다. 이 계약의 유효기간은 3년이다. 양국 간 무역비중이 전체 무역의 20%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계약이 체결됨으로써 양국 무역업체들의 편의에 따라 무역에서 중국 위안화와 원화의 거래, 즉 해당 통화로 거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통화스왑 협정의 효과 및 한계

협정 체결국 간에는 어느 한쪽에 외환위기가 발생하면 상대국이 외화를 즉각 융통해줌으로써 유동성 위기를 넘기고 환시세의 안정을 꾀할 수 있다. 변제할 때는 최초 계약 때 정한 환율을 적용함으로써 시세변동의 위험을 피할 수 있다. 또 차입비용이 절감되는 효과도 있으며, 장부외거래의 성격을 지녀 금융기관으로서는 자본 및 부채 비율에 제한을 받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IMF로부터 돈을 빌릴 경우에는 통제와 간섭이 따라 경제주권과 국가 이미지가 훼손되지만, 통화스왑은 이를 피해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는 장점이 있다.

국내 금융시장 안정에도 긍정적 역할을 한다. 국내은행에 달러화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자금경색 우려를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고 외환시장의 달러화 경색도 점진적으로 완화돼 원/달러 환율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이후 국내 증시가 폭락한 가장 큰 요인이 바로 자금시장 및 외환시장 불안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통화스왑을 통해 향후 주식시장의 안정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외환보유액 감소를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한국은행은 글로벌 신용경색이 심화되면서 국내 외화자금시장이 불안해짐에 따라 지난해 10월 및 11월에 이어 12월에도 세 차례(2일, 9일, 22일)에 걸쳐 미 연준과의 통화스왑자금을 활용하여 경쟁입찰방식의 외화대출을 통해 총 104억달러를 공급하였다. 이 통화스왑자금은 외환보유액에 계산되지 않으므로 외환보유액을 축내지 않으면서 외화유동성을 공급하는 효과가 있다.

“위기때마다 외화 썰물 한국, 한미 통화스와프로 막아야”[인사이드&인사이트]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한국국제금융학회장)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일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정상회담 개최와 함께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최근 한국뿐 아니라 세계 금융시장 변동성이 유독 커졌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원자재 값이 급등하며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고, 치솟는 물가에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 공포가 퍼지며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특히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300원에 육박할 정도로 오르며(원화 가치는 하락) 한미 통화스와프를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환율은 무역을 버팀목으로 삼는 한국 경제에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 금융시장은 왜 이렇게 변동성이 큰 것일까. 한국 경제는 국내총생산(GDP) 규모로 볼 때 세계 10위이며 1인당 GDP도 3만5000달러를 넘어 명실상부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그럼에도 한국 금융시장은 외부 충격에 매우 민감하며 변동성이 크다. 한국 경제가 이와 같은 특성을 갖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한국 경제는 무역 의존도가 매우 높다. GDP 대비 무역액 비중이 시기에 따라 60%에서 110%를 오간다. 이웃 국가 일본은 20%에서 30% 정도여서 한국보다 무역 의존도가 매우 낮다. 한국이 무역 의존도가 커진 이유는 수출주도형 성장전략을 1960년대부터 펴 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하자원과 자본재가 부족해 수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이를 수입해야만 했다. 따라서 수출을 늘릴수록 수출품 원료가 되는 자원, 자본재 수입도 늘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고, 결국 무역 의존도가 커진 것이다.

둘째, 한국은 금융 위기의 경험을 갖고 있는 국가다. 1997년 동아시아 금융 위기와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 위기에서 한국은 큰 고통을 겪은 바 있다. 금융 위기의 경험을 갖고 있는 국가에서 글로벌 투자가들은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마다 항상 예의주시하며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한국을 언제든지 금융 위기를 다시 겪을 수 있는 국가라고 보는 까닭이다.

셋째, 자본시장이 여타 국가에 비해 크게 개방돼 있다. 국제자본이 들어오거나 나갈 때 규제가 거의 없는 편이다. 국내외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 한국 주식시장을 현금인출기처럼 이용하는 경우도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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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유로 한국은 시장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외환보유액을 잘 쌓아두려고 노력했다. 특히 1997년 동아시아 금융 위기 당시 한국은 외환보유액 고갈로 필수불가결한 의약품 등을 수입도 할 수 없는 긴급한 상황을 경험했다. 그 후 정부는 경상수지 흑자를 통한 외환보유액 확충만이 외환위기를 예방할 수 있다고 믿고, 수출을 늘리기 위해 더욱 매진해 왔다.

한국 외환보유액은 현재 4615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세계 8위다. 중국(3조2000억 달러)과 일본(1조4000억 달러)에 비해서는 작지만 그 나름으로 큰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이 수치가 외환위기를 방지하는 데 충분한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 위기 때도 예전에 비해 큰 규모인 2600억 달러의 외환보유액을 가지고 있었지만 외환시장의 불안은 막을 수 없었다. 현재 외환보유액은 2008년에 비해 크게 늘었지만 국제금융시장에서 움직이는 일별 외환의 규모도 매우 커졌기 때문에 충분하지 못하다는 의견도 대두된다.

외환보유액을 무작정 늘리는 것도 비용 측면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외환보유액의 많은 부분이 미국 국채인데, 미국 국채 금리는 매우 낮아서 다른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용이 더 생기기 때문이다.

비용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외환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통화스와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은 통화스와프 확대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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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스와프란 한 국가의 요청에 따라 두 국가의 통화를 교환하고, 계약기간에는 이자를 교환하며, 만기 시점에는 처음 원금을 교환했을 때 적용했던 환율로 다시 원금을 교환하는 제도다. 쉽게 말하면 위기 때 원화를 미국에 맡기고 그만큼의 달러를 빌려오는 방식이다.

한국은 미국과 2008년 300억 달러, 2020년 600억 달러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금융 위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위기를 넘겼으나 통화스와프 협약은 작년 말 종료됐다.

한국은 한미 통화스와프로 외환시장의 안정을 가져온 경험이 여러 번 있다. 당시 국내 외환시장이 극도로 불안해 어떠한 방법도 잘 통하지 않을 때 한미 통화스와프가 톡톡한 역할을 했다. 미국 달러화는 국제적으로 무역이나 투자에 사용되는 기축통화이지만 한국 원화는 그렇지 못하다. 그렇기에 한국 정부가 위급할 때 기축통화인 달러화를 원화와 교환해 사용하면 금융 거래에 도움이 되고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미국의 금융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위기가 발생했지만 정작 더 큰 충격을 받은 것은 한국의 외환시장이었다. 2008년 초 900원 중반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같은 해 10월 29일 1427원까지 상승했다. 그러다 한미 통화스와프 300억 달러 체결 소식이 전해지자 하루 만에 177원 급락해 1250원으로 내려와 시장을 안정시켰다.

그 후 얼마간 외환시장이 출렁거리기도 했지만 중기적으로는 안정을 되찾았다. 한미 통화스와프로 추가 공급된 300억 달러 외환 자체보다는,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이라는 상징성이 외환시장의 불안감을 줄이는 데 더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바이든 대통령 방한에서 한시적 통화스와프가 아닌 상설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한시적 통화스와프를 맺는 경우 협정 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외환시장에 불안감이 커지기 때문에 상설 통화스와프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상설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는 국가는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등 일부에 불과하다.

따라서 한국이 미국에 예외적으로 상설 통화스와프를 맺게 해 달라고 요청하려면 정치적으로 큰 보상을 제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한국 한국의 통화 스와프 외환시장이 다른 신흥 국가에 비해서 지나치게 불안한 건 아니어서 한시적 통화스와프 체결도 쉽지는 않다. 현재 상황에서는 먼저 한시적 통화스와프를 복원하려 노력하고, 장기적인 측면에서 상설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할 수 있도록 도모할 필요가 있다.

[팩트체크] 한미통화스와프, 文정부 때 한미 관계 나빠져 종료됐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12일 K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2008년 금융위기 때 이명박 정부와 미국의 사이가 굉장히 좋아 한미 통화스와프를 맺게 된 건데,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한미 관계가 나쁘니까 종료가 됐다.

다음 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방한 때 한미 통화스와프가 가능하겠냐는 질문에 고공행진 하는 원/달러 환율을 방어하는 데 필요하기 때문에 꼭 성사되기를 바란다는 답변을 하면서 한 말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 때 어렵사리 맺었던 한미 통화스와프가 문재인 정부의 외교 실책 때문에 중단됐다는 지적으로 들린다.

실제로 한미 통화스와프가 양국 관계 악화 때문에 중단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팩트체크] 한미통화스와프, 文정부 때 한미 관계 나빠져 종료됐다?

한국은행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10월 30일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외환위기 재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와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었다.

양국 간의 첫 통화스와프였는데 외환시장을 안정시켜 위기를 모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당시 한미 통화스와프는 단기적인 외환 유동성 위기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시한이 6개월이었는데 6개월, 3개월 두 차례 연장한 끝에 15개월 만인 2010년 2월 1일 종료됐다.

그로부터 10년 뒤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다시 위기가 찾아오자, 양국 중앙은행은 2020년 3월 19일 6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다시 체결했다.

이번에도 한미 통화스와프는 즉각적인 효력을 발휘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위기를 무사히 넘기는 데 역할을 했다.

두 번째 한미 통화스와프도 6개월 시한이었으나 6개월, 6개월, 3개월 세 차례 연장한 끝에 21개월 만인 2021년 12월 31일 종료됐다.

두 번째 한미 통화스와프를 통해 실제로 국내 조달한 자금은 첫 두 달간 총 200억달러에 그쳤다.

나머지 기간은 달러 자금 수요가 없음에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계약을 연장해오다 통화스와프를 더 이상 유지할 유인이 사라지자 종료한 것이다.

두 번째 한미 통화스와프가 종료될 때도 미 연준의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우려 등으로 통화스와프가 추가로 연장되길 바라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성사되진 않았다.

[팩트체크] 한미통화스와프, 文정부 때 한미 관계 나빠져 종료됐다?

통화스와프는 국가 간 단기자금 융통을 위한 통화교환협정으로 양국 중앙은행이 현재의 환율로 필요한 만큼 자국 통화와 상대방 통화를 교환하고 일정한 기간이 지나서 계약된 환율에 따라 원금을 재교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미국은 달러 자금 유출로 어려움에 부닥친 신흥국들의 위기가 선진 경제권으로 파급되는 것을 막기 위한 선제적 수단으로 통화스와프를 이용하는데 신용도가 높은 주요 신흥국에만 제공한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사태 때도 한국 외에 호주, 브라질, 멕시코, 싱가포르,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뉴질랜드 등 총 9개 주요 신흥국과 거의 동시에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하고 종료도 동시에 했다.

정리해 보면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과 종료를 한미 양국 간의 친소 관계로만 해석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이명박 정부 때의 한미 통화스와프와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 때의 한미 통화스와프도 종료 원인을 한미 관계 악화에서 찾긴 어려워 보인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말 한미 통화스와프 종료를 예고하면서 미국이 전 세계 자금흐름상 유동성 위기가 어느 정도 해결됐다는 판단에 따라 비상조치였던 통화스와프를 중단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 측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명박 정부 당시 미국도 리먼발 금융위기임에도 한미 간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수 있었던 건 한미동맹이 굳건했기 때문"이라며 "작년 말 한미 통화스와프가 재연장됐으면 지금의 위기에 큰 도움이 됐을 것이란 아쉬움을 표현한 것이자 정치적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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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양국간 금융 및 외환시장 안정 방안을 논의한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통화스와프 협의 진행 여부를 묻는 질문에 "실질적으로 논의가 이뤄진다고 알면 된다"며 "양국이 금융이라든가 통화, 재정 등 어떤 위기에도 신속하게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국가간 비상시 자국 통화를 빌려주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 개념이다. 국제 기축통화인 달러와 스와프를 체결하면 외화자금 조달을 용이하게 하며 외환보유액도 늘어나게 된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 3월 19일 600억 달러 규모로 체결됐다가 지난해 말 종료됐다.

김 차장은 "통화스와프라는 용어를 쓰지 한국의 통화 스와프 않겠지만, 그에 준하는 한미 달러 교환과 관련한 실질적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경제위기가 순수하게 심각한 상황이라고 판단하는 과정에서만 스와프란 용어를 쓴다"며 "취임 11일 만에 한국경제 펀더멘탈이 탄탄한 것 같은데 그 단어를 쓰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스와프라는 표현을 쓰면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경제가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고 오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양국 통화채널 구축은 지난 16일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이창용 한국의 통화 스와프 한국은행 총재 회동에서도 거론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일시적 국가간 스와프 체결보다는 한국은행과 미 연준, 즉 중앙은행간 소통채널 구축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설 스와프 체결 논의는 아직 이른 만큼 한은과 연준이 통화량을 조절하는 대안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외환보유액은 4493억 달러로 두달새 124억7000만 달러가 줄었다. 특히 외환 유동성에 즉시 대응 가능한 예치금은 2월 277억7000만 달러에서 162억5000만 달러로 115억2000만 달러 급감했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대만, 홍콩에 이어 세계 8위 수준이다.

한미 중앙은행간 통화 협력 체계가 강화되면 금리 인상 결정과 환율 방어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한은과 연준은 지난해 통화 스와프 종료를 앞두고 600억 달러 규모의 상설 FIMA 레포 기구를 구축했는데 이를 확대하는 방안도 예상된다. 한은이 보유한 미 국채를 환매조건부로 달러를 공급하는 제도다. 미 국채를 시장에 매도하지 않고 달러를 조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는 "기대 인플레이션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면서 "국제 금융 시장이 급격히 불안정해질 경우 미국과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이 효과적 대응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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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통화스와프 해결하니 '円低' 달려드네…수출 비상

원·달러환율 1300원대로↓…추경호·옐런 만남뒤 진정세 일본은행 "마이너스 금리 유지"…상반기 무역적자 사상최대 엔저 장기화→韓 수출경쟁력 악영향…관광 등 서비스도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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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축 가속하는 미 연준.ⓒ연합뉴스

복합위기에 처한 한국경제가 말그대로 지뢰밭을 통과중이다. 자본유출이 우려되는 미국의 급격한 금리인상에 한미 재정당국이 통화스와프 재체결 가능성을 열어 한숨을 돌리는가 싶더니 이번엔 엔저(엔화 가치 하락)라는 불청객과 맞닥뜨렸다.

22일 증권가 등에 따르면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대비 원화환율은 전장보다 5.2원 내린 1307.7원에 거래를 마쳤다. 4거래일 연속 한국의 통화 스와프 하락이다.

오는 26∼2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시한번 최소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p) 금리 인상)을 밟아 한미간 금리역전이 예고된 상태에서도 일단 진정 기미를 보였다. 이날 환율하락은 러시아 국영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이 독일 등 유럽으로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가장 중요한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1 운영을 재개하면서 강세를 띤 유로화가 글로벌달러 강세 압력을 낮췄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19일 한미재무장관회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필요시 외화유동성 공급장치를 실행할 수 있다'며 사실상 한미통화스와프 체결 가능성을 열어둔 것도 외환시장 안정에 힘을 보탰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러나 숨돌릴 새도 없이 한국경제가 이번엔 엔저라는 복병과 만났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전날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금리를 마이너스(-)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금리도 0% 정도로 유도하는 금융완화정책을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2016년이후 정책금리를 -0.1%에서 계속 동결중이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시중에 풀린 유동성과 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가격이 상승하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시달리는 세계 주요국이 잇달아 금리를 올리는 것과는 다른 노선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2.25%로 0.50%p 올렸다. 금통위가 '빅스텝'을 밟은 것은 사상 처음이다. 유럽중앙은행(ECB)도 21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0%에서 0.5%로 0.50%p 깜짝 인상했다. ECB가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2011년 7월이후 11년만이다.

일본 재무성은 21일 올 상반기 무역통계속보를 발표했다. 수출은 45조9378억엔, 수입은 53조8619억엔이었다. 7조9241억엔(75조원)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통계상 1979년이후 최대 규모다. 월별로는 11개월 연속 무역 적자 행진을 이어가는 실정이다. 수출로 외화를 벌어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달러 강세마저 겹치면서 엔저는 더 심해질 전망이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올 3월 초 115엔대에서 최근 138엔대까지 치솟은 상태다.

문제는 엔저 장기화는 수출경쟁국인 국내 기업의 가격경쟁력을 낮추는 위험 요인이라는 점이다. 석유화학·철강·기계·자동차 등은 엔저로 피해가 예상되는 대표적인 산업분야로 꼽힌다. 설상가상 우리 수출 상황은 녹록지 않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속에 올 상반기 무역수지는 103억 달러 적자를 보였다. 지난달 수출액은 1년 전과 비교해 한국의 통화 스와프 5.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건 16개월 만이다.

엔저 악영향은 비단 제조업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포스트 코로나를 앞두고 기지개를 켜는 관광 등 서비스 교역 부문에서도 타격이 불가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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