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투자법: 주간동아

마지막 업데이트: 2022년 1월 16일 | 0개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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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인플레이션 확대로 국내외 증시가 6개월째 조정을 맞고 있다. 높은 물가 탓에 미국 기준금리가 0.75%p 자이언트 스텝을 밟게 되자 경기침체 이슈까지 번지면서 코스피와 미국 나스닥 지수가 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했다. 본격적인 약세장 진입으로 그동안 개별 종목에 주로 투자하던 일반투자자는 ETF(상장지수펀드)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내가 죽으면 재산의 90%는 S&P500 인덱스펀드에, 나머지 10%는 미국국채에 투자하라.”

투자 현인 워런 버핏이 작성한 유서 중 한 대목이다. 투자에 대해 잘 모르는 아내를 위한 조언으로, 일반투자자가 인덱스펀드 이상 수익률을 내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 실제 고액 자산가일수록 코스피, 나스닥, S&P500 등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주로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6월 21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투자업계의 ‘스티브 잡스’로 불리는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이하 브리지워터)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인상하고 인플레이션이 통제되면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고, 경제 작동 원리와도 일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인플레이션이 통제되더라도 당분간 경제가 회복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자산배분 투자 전문가로 이름이 높은 김성일 씨는 “이런 상황에서 자산을 보호하고 안정적인 수익도 내고자 한다면 다양한 자산을 추종하는 ETF에 분산투자하라”고 조언한다.

‘ETF 처음공부’ 저자이자 자산배분 투자 전문가로 일컬어지는 김성일 씨. [지호영 기자]

‘ETF 처음공부’ 저자이자 자산배분 투자 전문가로 일컬어지는 김성일 씨. [지호영 기자]

인플레이션 이상 투자수익 내야

인플레이션에 따른 약세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런 장에서도 투자에 나서야 하는 이유는 뭔가.

“물가가 오른 만큼 돈 가치는 떨어지므로 투자로 인플레이션 이상 수익을 내야 한다. 예금금리가 2%대, 인플레이션이 8%대라고 치자. 그렇다면 예금금리 2%에서 인플레이션 8% 정도를 뺀 수치가 실질금리가 된다. 현재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다. 2008년 금융위기와 2011년 남유럽 사태, 2016년 미국 금리인상 시기 실질금리는 마이너스였다. 그 때는 예금하면 곧 돈을 잃는 거였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약세장에서는 투자로 플러스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시장은 항상 오름내림이 있지만 투자자들은 이런 시장 변화를 생각지 않고 막연히 오르기만을 바란다. 투자할 때는 이런 시장 움직임을 예측해 마켓 타이밍을 결정해야 하는데, 문제는 마켓 타이밍을 맞히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가 약세장인 건 확실하지만 앞으로 시장이 더 하락할지, 상승할지 전망하기 쉽지 않다. 시장의 상승과 하락을 맞힐 수 없기 때문에 자산배분 포트폴리오 투자가 필요한 거다.”

어떤 방식으로 자산을 배분해야 할까.

“현재 주식이나 코인에 투자하고 있다면 너무 힘든 시기다. 반면 원유나 달러에 투자했다면 수익을 챙길 수 있었다. 금융 투자에는 주식, 채권, 원자재, 부동산, 금, 달러 등 다양한 시장이 있다. 이들 중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 자산에 돈을 나눠 투자해야 한다. 약세장이라는 말은 주식이 많이 하락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다른 자산군으로 시야를 넓히면 다르게 움직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TF는 이런 자산군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도구다.”

최근 ETF에 투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ETF 종류도 다양해졌다.

“ETF는 전 세계적으로 8000개 이상 상장돼 있다. 미국 시장은 약 2800개, 한국 시장은 600개가 조금 안 된다.”

생각보다 ETF 종류가 많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ETF보다 액티브펀드(시장수익률을 초과하는 수익을 올리기 위해 펀드매니저가 운용전략을 펴는 펀드)가 인기 있었다. 그런데 액티브펀드 시장을 분석해보니, 액티브펀드가 지수보다 수익이 높은 경우가 많지 않았다. 어떤 연구에 따르면 상위 200개 액티브펀드 중 10년 후 지수를 이긴 펀드는 4개뿐이었다. 이런 이유로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가 다양하게 출시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ETF는 실시간으로 매매가 가능하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한국은 2002년 ETF가 처음 상장됐는데, 이후 20년 동안 시장이 굉장히 커졌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액티브펀드 투자에 실패한 투자자들이 ETF로 많이 갈아타기도 했다.”

주식, 채권, 현금성 자산 ETF에 분산투자해라

처음 ETF에 투자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나.

“가장 중요한 건 예금금리보다 높은 수익은 꼭 챙겨야 한다는 점이다. 그다음 장기적인 물가상승을 이기는 투자법을 생각해봐야 한다. 경제학자 다수는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면서 수익률이 가장 높은 자산으로 주식을 꼽는다. 따라서 투자금 일부는 증시 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주식 변동성을 커버할 수 있는 채권 ETF에 투자하면 좋다. 통상 주가가 떨어질 때 채권이 상승하므로 주가가 폭락해도 전체 수익률은 많이 안 내려가는 효과가 있다. 더불어 주가가 많이 떨어졌을 때 올라간 채권을 팔아 주식을 싸게 살 수도 있다.”

올해 상반기는 주식과 국채 가격이 함께 떨어졌는데.

“주식과 채권 가격이 동반 하락하는 리스크를 막으려면 현금성 자산을 보유해야 한다. 현금성 자산은 현금이랑 비슷하게 유동성이 높지만 시장 금리 수준의 이자를 챙길 수 있는 단기 국채 ETF가 대표적이다. 결론적으로 증시 추종 ETF, 채권 ETF, 현금성 자산 ETF에 투자금의 3분의 1 정도씩 나눠 투자하는 게 좋다.”

올웨더 전략과 비슷한 투자법인 듯하다.

“맞다. ‘올웨더(All Weather)’란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가 운용하는 펀드 중 하나로, 경제의 모든 계절과 상황을 잘 견뎌낼 수 있는 포트폴리오라는 의미다. 브리지워터 창업자 레이 달리오는 미국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블룸버그 마켓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50인에 뽑히기도 했다. 그가 만든 올웨더 역시 장기간 꾸준한 수익과 운용 자금 규모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구체적인 올웨더 전략은 무엇인가.

“브리지워터 측에서 올웨더 자산배분 비율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다양한 자료를 분석해보면 편입 비중과 자산군 산출이 가능하다. 우선 내가 분석한 첫 번째 올웨더 전략은 미국 전체 주식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ETF(VTI) 18.75%, 미국 장기국채 ETF(TLT) 25%, 미국 물가연동채권 ETF(TIP) 20.84%, 미국 회사채 ETF(VCLT) 6.25%, 신흥국 채권 ETF(EMLC) 14.58%, 원자재 ETF(DBC) 7.29%, 금 ETF(IAU) 7.29%를 투자하는 거다. 두 번째 올웨더 전략은 달리오가 경제서적 ‘Money(머니)’에 공개한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투자 비율에서 유추할 수 있다. 이 전략은 미국주식(VTI) 30%, 미국 장기국채(TLT) 40%, 미국 중기국채(IEF) 15%, 원자재(DBC) 7.5%, 금(IAU) 7.5%로 투자한다.”

올웨더 전략은 미국 시장에 주로 투자하고 있는데, 한국 투자자에게도 적합한가.

“그래서 나는 한국 투자자에게 적합한 K-올웨더 전략을 개발했다.”

ETF 상장폐지돼도 잔고는 그대로

K-올웨더는 어떤 투자 전략인가.

“미국주식, 한국주식, 금, 한국국채, 미국국채, 현금성 자산 6가지 ETF에 투자금의 6분의 1 정도씩 투자하는 전략이다(표 참조). 이렇게 나눈 이유는 자산 분산, 지역 분산, 통화 분산을 위해서다. 이런 분산투자를 통해 위험을 낮추고 수익은 높일 수 있다. 기존 올웨더 전략과 가장 큰 차이점은 환노출이 돼 있다는 것이다.”

백테스트 결과 연평균수익률과 MDD(고점 대비 최대 손실폭)는 어떻게 되나.

“2000년 1월부터 2021년 8월까지 백테스트한 결과 K-올웨더 연평균수익률은 7.3%였다. 브리지워터 올웨더의 연평균수익률은 5.5~5.7%로 나타났다. MDD는 K-올웨더 8%, 브리지워터 올웨더 14~22% 정도다.”

올해 백테스트 결과도 궁금하다.

“2021년 12월 31일부터 2022년 5월 31일까지 백테스터한 결과 K-올웨더 기간수익률은 -4.9%, 브리지워터 올웨더는 -11.5~-12.2%로 나타났다. MDD는 K-올웨더 4.9%, 기존 ETF 투자법: 주간동아 올웨더는 11.5~12.2%다.”

올해 증시 하락 정도를 고려하면 K-올웨더 수익률이 좋다고 할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을 충분히 헤지하지 못하는 거 아닌가.

“주위 투자자들을 보면 평균 기대수익률이 20~30%다. 하지만 냉정하게 팩트 체크를 해보면 기대수익률은 10% 안쪽이다. 투자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의 최근 연평균수익률도 20%가 되지 않는다. 7%라는 수익은 결코 나쁘지 않다. 특히 요즘 같은 약세장에서 MDD가 한 자릿수라는 점은 의미가 크다.”

리밸런싱 주기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리밸런싱하면 적당하다.”

그렇다면 언제 올웨더 투자를 시작하면 현명할까.

“투자 방법마다 투자 시작 시기가 다른데, 보통 자산배분 투자는 바로 시작하는 편이 낫다. 자산배분 투자의 목적은 자산을 장기적으로 우상향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재 주식과 채권이 너무 싸니 지금도 시작하기 괜찮은 시기다.”

최근 지수가 하락하면서 ETF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 혹시 ETF도 상장폐지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투자자가 많은데.

“추적오차(ETF 수익률이 기초지수 수익률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나 괴리율(ETF가 추종하는 지수의 실제 가치 대비 ETF 가격 간 차이)이 커져 ETF 운용을 잘못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거래소에서 상장폐지할 수 있다. ETF 운용 자금이 50억 원 이하일 때도 상장폐지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ETF 상장폐지는 주식 상장폐지처럼 투자금을 전부 날리는 것이 아니다. ETF 상장폐지는 운용 종료를 뜻한다. ETF 안에 주식들이 매수된 상태라 이 주식들을 팔고 남은 잔고를 그대로 통장에 입금해준다. 다만 상장폐지되면 일정 기간 매매가 불가능하다는 불편함은 있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투자 현인들은 “추세는 당신의 친구”라고 강조했다. 주식이나 자산시장은 추세가 형성되면 당분간 유지되는 특성이 있다. ‘할 수 있다! 퀀트 투자’ 저자 강환국(38) 씨도 “상승 추세 자산에 올라타야 경제적 자유를 한발 빨리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퀀트 투자 등을 통해 연 15%대 수익률을 거두면서 입사 12년째인 올해 ‘신의 직장’으로 일컬어지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사표를 던졌다. 현재는 파이어족(경제적 자립을 통해 빠른 시기 은퇴하려는 사람들)으로 살고 있다. 그는 책과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투자 전략을 공유하면서 퀀트 투자 전문가로 거듭났다. 그는 “연복리 10~15%, MDD(고점 대비 최대 손실폭) 20% 이하 자산배분 전략이 파이어족이 되는 지름길”이라며 “특히 동적자산배분 투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퀀트 투자, 자산배분 전략을 공유하고 있는 ‘38세 파이어족’ 강환국 씨. [홍중식 기자]

다양한 매체를 통해 퀀트 투자, 자산배분 전략을 공유하고 있는 ‘38세 파이어족’ 강환국 씨. [홍중식 기자]

상승 추세 자산에 올라타라

자산배분만 잘해도 수익이 난다?

“맞다. 자산은 배분만 잘해도 수익을 낸다. 자산배분 방법에는 정적자산배분과 동적자산배분이 있다. 정적자산배분은 말 그대로 자산을 배분해 그냥 두는 것이다. 주식, 채권, 실물자산, 현금, 금 등에 적절히 배분해 1년 후 그 비중만 다시 맞추는 방식이다. 동적자산배분은 정적자산배분에 모멘텀 효과를 가미한 것이다. 모멘텀 효과는 금융시장 트렌드, 즉 추세를 뜻한다. 최근 많이 오른 자산은 계속 오르는 경향이 있고, 떨어진 자산은 계속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동적자산배분은 최근 많이 오른 자산을 매수하고 최근에 안 오른 자산을 팔거나 다른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방법이다. 상승장과 하락장이 반복되는 상황에서는 동적자산배분 전략이 정적자산배분보다 장기적으로 수익률이 높다.”

동적자산배분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동적자산배분은 수익률, 하락 추세 등을 계산해 1개월마다 리밸런싱하는 투자전략이다. 동적자산배분 중 게리 안토나치가 창안한 듀얼 모멘텀 전략은 미국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상장지수펀드) SPY, 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한 선진국 주식 지수를 추종하는 ETF EFA, 미국 초단기 채권 BIL의 최근 12개월 수익률을 측량해 투자한다. SPY 수익률이 BIL보다 높으면 SPY와 EFA 중 최근 12개월 수익률이 더 높은 ETF를 매수한다. SPY 수익률이 BIL보다 낮으면 미국 종합채권 ETF AGG에 투자하는 것이다.”

동적자산배분은 ETF에만 투자하나.

“거의 모든 동적자산배분은 ETF를 중심으로 한다. MDD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이유다.”

동적자산배분과 정적자산배분 수익을 비교하면?

“강세장이 지속된 2010년대에는 동적자산배분이 정적자산배분보다 수익률이 다소 저조했다. 지속적인 강세장에서는 복리 효과가 커 모멘텀에 따라 사고파는 동적자산배분보다 정적자산배분 수익률이 더 높다. 2010년대 같은 슈퍼 강세장이 앞으로도 지속된다? 그것은 욕심이다. 금융 역사를 보면 상승장 이후에는 하락장이나 횡보장이 온다. 이런 시기에는 동적자산배분 수익률이 더 높다.”

동적자산배분 연수익률 10~15%

올해는 동적자산배분 수익이 더 나은가.

“지난해는 정적자산배분 수익이 더 좋았다. 올해는 비슷하다.”

최근 증시가 불안하다. 동적자산배분 전략으로 투자한다면 리밸런싱 때 안전자산 비중을 늘려야 하겠다.

“불안한 증시가 지속되면 동적자산배분에서 주식 비중이 낮아진다. 미국주식 수익이 나쁘면 다른 자산에 자동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동적자산배분 투자전략의 종류는 다양할 수밖에 없다.

“대동소이하지만 동적자산배분 방법은 매우 많다. 앨로케이트 스마틀리 홈페이지(Allocate Smartly.com)에 동적자산배분 전략과 관련된 정보가 있다. 이 사이트에서 다룬 전략만 50개가량이다. 내가 최근 발간한 책 ‘거인의 포트폴리오’에서는 게리 안토나치의 듀얼 모멘텀과 바우터 켈러의 PAA, VAA, LAA 등을 소개했다.”

MDD가 낮은 안정적인 투자전략을 알려달라.

“금융시장에서 문제가 생기면 안전자산으로 재빨리 도망가는 PAA 방식이 MDD가 낮다. 미국 S&P500(SPY), 나스닥 상위 100개 종목(QQQ), 미국 소형주(IWM), 유럽주식(VGK), 일본주식(EWJ), 개발도상국 주식(EEM), 미국 부동산 리츠(VNQ), 금(GLD), 원자재(DBC), 하이일드 채권(HYG), 회사채(LQD), 미국 장기채(TLT) 등 12개 ETF 중 현재 가격이 12개월 단순 이동평균(추세 변동을 알 수 있도록 구간을 옮겨가면서 구하는 평균)보다 낮은 자산 수를 측정한 후 하락 추세 ETF 수에 따른 안전자산 비중을 설정해 미국 중기국채(IEF)에 투자하는 전략이다(표 참조). 안전자산에 투자하지 않은 금액은 각 ETF의 12개월 단순 이동평균을 계산(현재 가격÷12개월 이동평균-1)해 그 결과 값이 가장 높은 6개 ETF에 분산투자한다. 이 전략도 다른 동적자산배분과 마찬가지로 월 1회 리밸런싱한다.”

IEF에 투자하면 높은 수익을 기대하긴 어렵겠다.

“PAA로 50년 투자하면 IEF 비중이 50~60%까지 올라간다. 수익률을 높일 주식 비중이 낮아진다는 단점이 있는 것이다. 최근 50년 동안 수익은 연 12.8% 정도였다. MDD는 10.3%이다.”

투자법이 간단하면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전략으로는 뭐가 있나.

“앞서 말한 듀얼 모멘텀이다. 듀얼 모멘텀은 상대 모멘텀+절대 모멘텀 투자 방법이다. 상대 모멘텀은 여러 ETF 중 최근 수익률이 높은 ETF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SPY와 EFA 중 최근 1년 동안 더 많이 오른 것에 투자하면 된다. 절대 모멘텀은 SPY와 EFA 둘 다 최근 1년 수익률이 마이너스라면 안전자산(AGG)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 전략은 최근 50년 동안 수익률이 연 15.1% 수준이다.”

초간단 LAA 전략 연수익율 10.8%

15% 넘는 수익률을 낼 수 있는 동적자산배분 전략도 있나.

“그 정도 수익을 바란다면 종목 퀀트 투자를 해야 한다. 동적자산배분과 종목 퀀트 투자를 섞는 방법도 있다. 포트폴리오의 50~60% 비중은 동적자산배분으로, 나머지는 종목 퀀트 투자를 하는 식이다.”(주간동아 1307호 ‘옥석만 가린다! 파이어족 이끈 年 34% 수익 ‘울트라 퀀트 투자’’ 제하 기사 참조)

당신은 어떤 전략으로 투자하나.

“LAA, VAA, 듀얼 모멘텀에 각각 3분의 1씩 투자하고 있다.”

LAA 전략은?

“LAA는 영구 포트폴리오 기반이다. 1981년 해리 브라운이 만든 영구 포트폴리오는 자산을 4등분해 주식, 채권, 금, 현금에 배분한 후 1년에 한 번씩 비중만 맞추는 전략이다. 심플하지만 최근 50년간 연수익률이 8.7%였다. 무엇보다 MDD가 12.7%밖에 안 된다. MDD는 주식 50%, 금 65%, 미국 국채 23% 수준인데, 영구 포트폴리오로 섞으면 12.7%로 급감한다. 마법 같지 않은가. 단점은 현금 비중이 25%나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바우터 켈러가 LAA 전략을 만들었다. LAA 전략은 영구 포트폴리오처럼 주식, 채권, 금 비중을 4분의 1로 똑같이 한다. 단, 경기가 안 좋을 때만 현금 비중을 그대로 두고, 경기가 좋을 때는 현금을 나스닥에 투자한다. 결과적으로 평상시에는 주식 50%, 금과 채권 각각 25% 비중이고 경기가 안 좋을 때는 현금, 주식, 금, 채권 비중이 각각 25%가 된다. 최근 50년간 LAA 연수익률은 10.8% 수준이다.”

경기가 안 좋다는 기준은?

“실업률이 최근 10개월 평균보다 위라면 경제가 안 좋다고 가정한다. 예를 들어 미국 실업률이 보통 3~4%였는데 지난해 4월 15%까지 상승했다. 이럴 때를 경기가 안 좋다는 신호로 본다.”

VAA 전략은?

“VAA는 동적자산배분 전략 중 복잡한 투자법에 속한다. 수익률은 연 17.7% 수준으로 높은 편이다. 매달 말 SPY, EFA, EEM, AGG 등 4개 공격형 자산과 LQD, IEF, SHY(미국 단기국채 ETF) 등 3개 안전자산의 모멘텀 스코어를 계산한다(상자 참조). 공격형 자산 4개가 모두 모멘텀 스코어 0 이상일 경우 포트폴리오 전체를 모멘텀 스코어가 가장 높은 공격형 자산에 투자한다. 공격형 자산 4개 중 1개라도 모멘텀 스코어가 0 이하일 경우 포트폴리오 전체를 모멘텀 스코어가 가장 높은 안전자산에 투자한다. 모멘텀 스코어는 1년, 3개월, 6개월, 1년 수익률로 계산하는데, 최근 한 달 수익을 중요하게 보기에 거의 매달 거래하게 된다. 올해는 1년에 9번가량 거래했다.”

모멘텀 스코어=(12×1개월 수익률)+(4×3개월 수익률)+(2×6개월 수익률)+(1×12개월 수익률)

1억 동적자산배분 투자 10년이면 파이어족 가능

본인의 전체 포트폴리오 구성은?

“동적자산배분 50%, 종목 퀀트 50%로 구성하고 있다. 여기에 암호화폐, 비상장주식도 있다. 전체 포트폴리오 MDD는 7~8% 수준이다. 따라서 종목 퀀트는 포트폴리오가 ETF 투자법: 주간동아 20% 하락하면 전부 다 팔아버린다. 그렇지 않으면 전체 포트폴리오 MDD를 맞출 수가 없다.”

올해 동적자산배분 수익은?

“10%쯤 된다.”

만약 여윳돈 1억 원이 있다면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하겠나.

“LAA 50%, 듀얼 모멘텀 50%로 나누겠다. 이 전략은 최근 50년 기준 연수익률 12%, MDD 14% 정도다. 매매는 1년에 2~3번 한다. 수익률을 좀 ETF 투자법: 주간동아 더 높이고 싶다면 LAA 주식 비중을 한국 종목 퀀트로 돌리는 것도 방법이다.”

LAA 종목 구성은?

“SPY, IEF, GLD에 1250만 원씩 투자하고 나머지 1250만 원은 QQQ와 현금 중에서 투자한다. SPY 대신 한국 종목 퀀트에 투자할 수도 있다.”

한 종목에 ‘몰빵’하는 듀얼 모멘텀에 50%나 투자하는 것이 위험해 보인다.

“그렇다면 7000만 원은 LAA, 3000만 원은 듀얼 모멘텀으로 포트폴리오를 짜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 수익률은 연 11~12%, 최근 50년간 MDD는 12~13% 정도다.”

동적자산배분 수익률은 대부분 연 10~15%이다. 적다고 생각하는 이도 많을 듯하다.

“복리 수익이 어느 정도여야 10년 또는 20년 후 경제적 자유에 도달할 수 있을까.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면 10~20년간 수익률 8~14%를 꾸준히 내면 무조건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다. 물론 자산이나 저축액에 따라 조금 다르긴 하다. 투자금이 1억 원이라고 치자. 연수익률 10%씩 10년 뒤면 3억 원가량이 된다. 수익률 15%라면 4배, 4억 원 정도가 된다. 15%로 20년이면 약 16억 원이다. 직장인이라면 매달 투자금을 추가할 테니 자산은 그만큼 더 빨리 늘어난다. 봉급생활자가 자산배분 전략만으로도 10년 안에 파이어족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최근 포트폴리오를 상담해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으로 안다. 상담자들의 투자 성향 중 문제점은 뭐였나.

“가장 큰 문제점은 주식을 살 때 본인 판단으로 매수하는 것이 아니고 ‘카더라’ 정보를 기반으로 투자한다는 것이다. 오르지 않거나 떨어졌을 때 대비책이 없는 경우가 많다.”

매도 타이밍을 계획하기가 쉽지 않다.

“매수 시 매도 타이밍을 계획해야 한다. 나 같은 경우처럼 종목 투자는 4월 말, 10월 말에 리밸런싱하는 것도 방법이다. 100원에 산 주식이 80원 이하로 떨어지면 무조건 팔겠다는 것도 전략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어떤 기업이 플랫폼 사업을 시작한다는 이유로 샀다면 그 이유가 사라질 경우 팔아야 한다. 시간, 가격, 이유를 기준으로 언제 팔지 미리 생각하고 그 순간이 오면 무조건 매도해야 한다.”

Tip
72의 법칙

어떤 금액이 복리로 2배 증가 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구하는 법칙. 72를 연이율로 나눠 나온 숫자가 자본금이 2배가 되는데 필요한 햇수다. 예를 들어 1억 원을 연 10%(세후 수익율)로 저축해 2억 원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72÷10=7.2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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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배분

주식에 투자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종목 선택을 잘하느냐 아니면 자산배분을 탄력적으로 하느냐. 그런데 종목 잘 선택하는 것은 무척 어렵다. 그것은 스포츠토토 승무패 게임을 맞추는 것과 비슷해서 매번 맞추기 어렵다. 심지어 전업투자자도 마찬가지다. 만일 개인투자자가 종목 선택에 공을 쏟으려 하면 본업에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자산배분이 중요한 대안으로 떠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분산투자와 자산배분

보통 자산배분이라는 말은 분산투자와 혼용되어 쓰이지만 엄밀한 의미에서는 조금 다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네이버 이런 식으로 주식을 사는 것은 종목을 분산하는 것이다. 미국 주식, 중국 주식 이렇게 배분하는 것도 분산이다. 주식을 살 때 매달 얼마씩 나누어서 사는 것도 분산이다. 그것을 시간분산이라 한다.

그에 비해 자산배분은 투자금을 주식, 채권, 원자재, 금, 은, 외환 등 상관관계가 서로 다른 자산으로 함께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내 자산을 예금에 2,000만 원, 주식에 2,000만 원, 부동산에 3,000만 원, 벤처 투자에 1,000만 원 이렇게 투자하는 것이 자산배분이다.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자산배분은 일반화되었다. 그러나 일반투자자들은 대부분 트레이딩에만 신경쓰기 때문에 자산배분을 많이 하지 않는다. 트레이딩은 종목을 선택하고 모멘텀 이슈나 차트를 분석하여 매매 타이밍을 잡는 행위를 말한다. 그에 비해 자산배분을 하는 이들은 채권 비중, 주식 비중 등에 관심을 갖는다.

자산배분이 수익률에 더 큰 영향을 준다

포트폴리오 수익률을 결정하는 것은 어떤 종목을 선택하는지의 문제가 아니라, 자산의 배분을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다. 개인이 늘 수익률 높은 종목을 선택할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그 보다는 채권과 주식의 관계처럼 서로 성격이 상이한 자산에 고르게 투자함으로써 자산 전체의 위험을 헷지 하고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결과적으로 돈을 벌 확률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보통 자산배분을 하는 경우 주식의 비중이 절반을 넘지 않는다. 주식 100%를 하는 경우 당연히 기대수익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자산배분을 한다는 의미는 주식보다 기대수익을 낮춘다는 의미다. 기대수익률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현명한 자산배분을 방해할 수밖에 없다.

어떤 투자건 한 평생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손실을 전혀 안 보고 투자할 수는 없다. 투자는 인생 그 자체와 비슷하다. 굴곡 없는 인생은 없다. 다만 단 한번의 실패로 재기가 불가능하다면 그것은 너무 억울한 일일 것이다. 그래서 실패를 대비해 최대한의 손실을 피하면서 재기의 토대를 만들 수 있는 투자 방법으로 자산배분을 하는 것이다.

시장 변동성에 강한 자산배분

자산배분의 또 다른 장점은 상황의 변화에 여유롭게 대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트레이딩은 짧은 시간 내에 큰 돈을 벌려고 한다. 하루 종일 차트를 들여다보게 되고 매번 종목과 매매 타이밍을 맞추려고 조바심을 내게 된다. 그러나 자산배분은 시기마다 오르는 자산이 다르다. 가령, 채권수익률이 좋을 때 주식은 안 좋다. 각각의 자산이 다른 등락 주기를 갖기 때문에 느긋하게 기회를 엿보며 기다릴 수 있다.

물론 수익이 주식보다 낮다는 것은 자산배분의 단점일 수 있다. 자산배분으로는 빨리 수익을 거둬 해외여행 가고, 집도 사고, 빨리 은퇴하려는 파이어족이 되기 어렵다. 그러나 노후 준비를 위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투자의 목적이라면 자산배분과 잘 맞아 떨어진다. 즉, 자산배분은 목돈에 적합하다. 잃으면 안 되는 돈, 깨지면 안 되는 돈, 지켜야 할 돈을 굴릴 때 자산배분이 중요하다.

자산배분 투자전략도 성향에 따라 몇 가지로 나뉠 수 있다. 배분 비율을 6:4, 7:3, 8:2 등으로 나누고, 채권과 주식에 투자하거나 예금과 주식에 투자하는 단순한 배분 전략이 있다. 이는 전통적 자산배분 전략으로 비율을 조정하기 좋다. 보다 세분화 된 포트폴리오법도 있다. 채권, 주식, 금, 현금에 각각 25%씩 배분하는 것이다. 이런 전략은 신경 쓸 게 별로 없다. 시장 변동성에 휘둘리지 않고 그저 마음 편히 투자하고 싶다면 이 방법이 가장 좋을 것이다. 요즘처럼 시장 변동성이 높아질 때는 자산배분 투자전략이 빛을 발할 수 있으니 여기에 관심을 갖어보도록 하자!

자본시장연구원

공적기금 자산배분체계에서 레퍼런스포트폴리오의 의미와 시사점

요약 레퍼런스포트폴리오는 기금의 위험성향을 표방하는 저비용의 패시브 포트폴리오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단순 조합으로 설정된다. 최근 국민연금기금은 전략적자산배분(SAA)과 전술적자산배분(TAA)으로 구성된 기존의 2단계 자산배분체계를 레퍼런스포트폴리오를 기준으로 하는 3단계 자산배분체계로 개편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국민연금기금의 레퍼런스포트폴리오 체계 개편은 유사한 자산배분체계를 따르고 있는 다양한 규모의 국내 공적기금에 중요한 시사점을 갖는다.

기금운용에 있어 가장 중요한 투자 판단은 SAA의 결정이다. SAA로 운용성과의 대부분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SAA 활동은 단순히 주어진 자산군에 목표 비중을 할당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시장수익(β) 원천에 대한 탐색을 바탕으로 자산군(asset class)을 정의하고, 이에 부합하는 벤치마크를 설정하며, 최적 배분 비중을 결정하는 일련의 운용 프로세스로 해석되어야 한다. SAA를 고도의 투자 판단과 일련의 프로세스로 이해한다면, 이러한 SAA 활동의 적절성은 반드시 사후적으로 평가되고 그 결과는 운용에 피드백 되어야 한다. 레퍼런스포트폴리오는 이러한 평가에서 SAA의 적절성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효율적인 기금운용 지배구조 측면에서 투자 의사결정의 결과는 해당 의사결정의 주체에 직접적으로 귀속되는 것이 중요하다. 기금운용에서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인 SAA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기금의 SAA 활동을 온전히 운용조직의 역할과 책임으로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는 3단계 자산배분체계에서 레퍼런스포트폴리오의 설정은 운용위위원회의 역할로 두고, SAA를 포함한 하위의 모든 배분 활동은 운용조직의 역할과 책임으로 설정되는 구조를 의미한다. 이러한 자산배분체계 개편은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OCIO 방식으로 운용되는 다양한 규모의 국내 공적기금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이러한 레퍼런스포트폴리오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운용조직에 대한 평가체계 개편과 함께 자산배분에 대한 운용조직의 전문성 및 역량 강화가 필수적 전제조건임을 강조한다.

들어가는 말

국민연금기금은 운용자산 규모 1,000조 원 시대 1) 를 대비하여 기금의 자산배분(asset allocation) 체계 개편을 모색하고 있다. 개편의 주요 골자는 현재 전략적자산배분(Strategic Asset Allocation; 이하 SAA)과 전술적자산배분(Tactical Asset Allocation: 이하 TAA)에 의한 3단계 포트폴리오 2) 체계에서 최상위에 레퍼런스포트폴리오(reference portfolio)라 불리는 기준 포트폴리오(norm portfolio)를 도입하고자 하는 것이다. 레퍼런스포트폴리오는 형식상 단순 저비용의 패시브 포트폴리오를 의미하며, 그 역할은 기금운용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알려진 SAA 설정의 기준이 된다. 따라서 레퍼런스포트폴리오를 통한 자산배분 체계의 개편은 국내에서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SIFI)’이라 할 수 있는 국민연금의 운용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의 운용 체계를 벤치마킹하는 다수의 국내 공적기금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갖는다.

국민연금기금이 레퍼런스포트폴리오 체계를 도입하고자 하는 직접적인 이유는 자산군(asset class) 설정을 포함한 SAA 실행의 어려움 때문이다. 기금의 운용성과는 대부분 SAA에 의해 결정된다. 하지만 국민연금기금의 SAA에는 ‘장기적인 운용 목표 없이 비전문가에 의해 결정’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자산부채종합관리(Asset Liability Management; 이하 ALM) 측면에서 기금의 목표수익률과 허용위험한도가 설정되지 않으며, 전문가가 아닌 대표자 집단으로 구성된 기금운용위원회에서 SAA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기금 입장에서 이는 단기적으로 해소되기 어려운 사안이다. 공적연금제도의 합리적인 부채(liability) 규모를 산정하기는 매우 어려우며, 특히 부분적립(partially funded system)이라는 국민연금의 재정방식에서는 부채를 고려하는 ALM 기반 자산배분이 온전히 실현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3) SAA의 효율성 제고라는 측면에서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를 전문가 집단으로 재편하는 방안도 제기되나, 공공부조가 포함된 공적연금제도인 국민연금의 역할과 위상을 고려하면 기금운용위원회의 대표성을 약화시키는 지배구조 개편의 부정적 측면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에서 국민연금기금의 SAA는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자산배분 결과의 적절성에 대하여 어떠한 사후적 평가나 검토(review)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성과평가보상전문위원회에서는 SAA의 적절성에 대한 평가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으나, 이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부재한 상황에서는 정량적이든 정성적이든 합리적인 평가체계를 모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SAA에서부터 시작되는 다단계 자산배분체계를 따르는 모든 국내 공적기금에 공통된 사안이다. 레퍼런스포트폴리오는 이러한 SAA의 적절성 또는 방향성에 대한 기준이 될 수 있다. 레퍼런스포트폴리오가 기준포트폴리오라 불리는 이유이다.

본고에서는 기금 운용에서 SAA의 의의와 역할을 재조명하고, 이러한 SAA를 효율적으로 설정하기 위한 자산배분체계 구축이라는 관점에서 레퍼런스포트폴리오의 의의와 도입 필요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레퍼런스포트폴리오 체계로 유명한 해외 연기금은 캐나다의 국민연금기금인 CPPIB(Canada Pension Plan Investment Board)이다. 그 외에 뉴질랜드의 연금 관련 국부펀드인 NZSF(New Zealand Superannuation Fund) 사례 등이 참조되나, 이러한 벤치마킹 과정에서 개별 기금마다 레퍼런스포트폴리오의 역할과 목적이 매우 상이하다는 점을 유념하여야 한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공적기금에 적합한 레퍼런스포트폴리오의 역할과 실행 체계를 논의하고자 한다.


전략적자산배분(SAA)과 기준포트폴리오

장기에 걸쳐 다양한 금융자산을 운용하는 연기금은 대부분 다단계 자산배분전략을 실행한다. 최상위에 전략적자산배분(SAA)이 있으며, 이를 기준으로 전술적자산배분(TAA)과 그 하위 다양한 운용 유형에 대하여 단계적으로 자금을 배분하는 체계이다. 적극적인 액티브운용 전략을 구사하는 기금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실현 포트폴리오(actual portfolio)는 SAA의 목표 비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기금운용의 최종 성과는 대부분 SAA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 4) 기금운용에서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이 SAA이며, 운용 역량의 상당 부분이 SAA 설정에 집중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SAA의 시작은 수익의 원천(return source)으로서 시장을 탐색하고 정의하는 것이다. 투자 가능한 개별 시장은 하나의 자산군(asset class)으로 정의되며 5) , SAA는 이렇게 설정된 자산군에 대한 배분 비중을 의미한다. 자산군은 대부분 해당 시장을 대표하는 시장지수(market index)를 벤치마크로 설정한다. 이렇게 설정된 벤치마크가 운용의 계획(plan) 단계에서는 자산배분의 지표가 되며, 평가(see) 단계에서는 초과수익(excess return) 측정의 기준이 되는 구조이다. 따라서 SAA는 주어진 자산군에 대한 배분 비중을 결정하는 단일의 의사결정이 아니라 수익의 원천에 대한 탐색을 바탕으로 자산군을 정의하고, 이에 부합하는 벤치마크를 설정하며, 이에 대한 최적 배분 비중을 결정하는 일련의 운용프로세스를 의미한다. 자산운용에서 이러한 프로세스가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의사결정의 최종 결과가 해당 의사결정의 주체에게 직접적으로 귀속되어야 한다. 운용의 비전문가이며 성과에 대한 책임이 귀속되지 않는 기금운용위원회가 SAA에 관련된 모든 의사결정을 승인하는 구조에서는 근본적인 효율성 제고를 기대하기 힘든 이유이다. 이는 비상근의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 구조에 의존하는 국내 대부분의 공적기금에 공통된 문제이다.

SAA를 고도의 투자 판단과 일련의 운용 프로세스로 인식한다면, 그 의사결정의 적절성은 사후적으로 어떤 식으로든 평가되어야 한다. 이러한 SAA에 대한 평가는 단순히 자산군별 배분 비중이 전체 수익성과에 미치는 영향뿐만 아니라 시장에 대한 탐색과 자산군 및 벤치마크의 설정이 적절하였는지를 모두 포함하여야 한다. 예를 들면, 공모시장(public market)을 통한 지분 투자를 ‘국내주식’이라는 자산군으로 분류하고 이를 ‘KOSPI’라는 시장지수로 벤치마크를 설정한 일련의 의사결정이 적절하였는가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6) 하지만 현행 기금운용 체계에서 이러한 모든 SAA 활동은 기금운용위원회의 역할이며, 기본적으로 위원회의 의사결정은 성과평가의 대상이 아니다. 한편, SAA의 적절성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판단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본고에서 논의하는 레퍼런스포트폴리오가 평가의 기준이 된다. 레퍼런스포트폴리오 체계에서 SAA는 장기적으로 레퍼런스포트폴리오가 제시하는 기금의 전반적인 위험수익특성에 부합하도록 작성되어야하기 때문이다.


레퍼런스포트폴리오의 역할과 실행

해외 연기금의 사례를 살펴보면 레퍼런스포트폴리오의 성격과 역할이 매우 상이함을 알 수 있다. CPPIB는 레퍼런스포트폴리오를 ‘기금의 목표 위험을 표방하는 저비용의 국제적으로 분산된 공모자산 포트폴리오’로 정의하고 있다. 7) 이와 유사하게 NZSF는 ‘기금의 투자시계와 위험 성향에 부합하는 공모자산의 저비용 패시브 포트폴리오’로 정의한다. 8) 두 기금에서 레퍼런스포트폴리오의 역할은 상이하나, 개념 정의에 있어서는 상당 부분 공통점을 보인다. 우선, 레퍼런스포트폴리오를 저비용의 패시브 포트폴리오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레퍼런스포트폴리오의 목적에 있어서는 기금의 위험한도를 표방하기 위함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정의는 SAA 작성 및 평가의 기준이라는 국민연금 레퍼런스포트폴리오의 역할에 있어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9)

레퍼런스포트폴리오 체계 도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주요하게 참조되는 해외사례가 캐나다의 국민연금 전담운용기관인 CPPIB이다. 하지만 CPPIB의 레퍼런스포트폴리오 체계는 우리와는 제도 도입의 목적 자체가 상이함에 유의하여야 한다. 국민연금의 레퍼런스포트폴리오는 전체 자산배분체계를 정교하게 하여 SAA 포트폴리오가 추구하는 장기적인 시장수익(β)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인 반면, CPPIB는 정형화된 자산배분체계에 구속되지 않는 유연한 액티브운용을 통하여 유의미한 초과수익(α)을 달성하기 위함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차이는 근본적으로 기금에 부여된 운용 목표(mandate)의 상이함에 기인한다. 레퍼런스포트폴리오는 수사적으로 표현된 기금의 운용 목표와 실현 포트폴리오(AP)를 연결하는 가교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CPPIB에 부여된 운용 목표는 ‘과도한 손실 위험 없이 최대 수익을 추구’인 반면, 국민연금기금의 운용 목표는 ‘장기적으로 경상경제성장률 이상의 수익 달성’ 이다. CPPIB는 초과수익 창출을 위한 액티브운용에 매우 적극적인 투자신념(investment belief)을 표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하여 기금에 부여된 임무를 달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레퍼런스포트폴리오 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레퍼런스포트폴리오 체계에서 CPPIB는 표에서와 같은 다층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게 된다. 국민연금이 레퍼런스포트폴리오를 포함한 3단계 자산배분체계로 개편하는 경우 외형적으로는 이와 동일한 상황이 되나, 단계별 포트폴리오의 실체와 의미는 매우 상이하다. 예를 들면, 국민연금의 경우에는 실현포트폴리오를 제외한 나머지는 벤치마크와 목표비중으로 구현되는 가상의 포트폴리오인 반면, CPPIB의 레퍼런스포트폴리오는 실제 공모자산으로 구성된 패시브 포트폴리오이다.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는 단계별로 층위(hierarchy)를 갖는 순차적인 포트폴리오 구성인데 반하여, CPPIB는 사실상 레퍼런스포트폴리오와 실현 포트폴리오의 2단계 구조이며 전략과 전술 포트폴리오는 이사회와의 의사소통을 위해 추가적으로 설정되는 가상의 포트폴리오이다. 전략(SAA) 포트폴리오가 액티브운용의 준거로 기능하지 않으며, 개별 액티브 프로그램이 아닌 자산군 단위에서 이사회와 의사소통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는 점도 국민연금과는 상이한 부분이다. CPPIB의 레퍼런스포트폴리오는 ‘기금의 ETF 투자법: 주간동아 장기적 운용 방향을 제시하는 적정 위험 수준의 표현’이라는 점에서는 국민연금의 경우와 동일하나, 그 역할에 있어서는 ‘액티브운용에 의한 초과수익의 측정 및 관리 수단’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리하면, CPPIB를 포함한 다수의 해외사례를 벤치마킹하여 자산배분체계 개편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레퍼런스포트폴리오의 역할과 목적을 정의함에 있어서는 기금의 성격과 상황을 반영한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국내 공적기금의 레퍼런스포트폴리오는 기본적으로 ‘위험자산(글로벌주식)과 안전자산(국내채권) 10) 의 정태적 배분으로 기금의 위험성향 표방’이라는 목적을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레퍼런스포트폴리오가 표방하는 위험성향이 운용 단계에서 유의미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ALM 기반이 아니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제도 변수와의 논리적 연결이 있어야 한다. 위험자산의 비중으로 표현되는 기금의 위험성향은 기금의 확장기 또는 수축기와 같은 장기 재정 상황을 반영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CPPIB의 경우와는 다르게 레퍼런스포트폴리오 체계 도입이 액티브운용의 강화를 의미하지는 않음을 강조한다.


결론 및 시사점

국내 공적기금은 대부분 5년 단위 중장기자산배분을 실행하고, 이에 대한 1년 단위의 이행 포트폴리오를 기금의 SAA로 정의하고 있다. SAA의 설정은 고정된 자산군에 대한 단순한 배분 비중을 의미하며, 이에 대한 의사결정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의 몫이다. 하지만 SAA의 작성과 실행은 주어진 자산군에 대한 배분 비중의 결정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수익원천에 대한 탐색을 바탕으로 투자 가능 자산군(asset class)을 정의하고, 벤치마크 설정으로 시장을 정의하며, 이에 대한 최적 비중을 설정하고, 이를 상시적으로 리밸런싱(rebalancing)하는 일련의 운용 프로세스로 이해하여야 한다.

효율적인 SAA 활동을 위해서는 고도의 전문성과 실질적인 독립성 11) 확보가 필수적이다. 기금운용의 효율적인 지배구조 관점에서 보면, SAA에 관한 투자 판단의 결과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의사결정 주체에 직접적으로 귀속되는 구조가 중요하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운용위원회는 SAA로 인해 결정되는 운용성과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 SAA에 관한 의사결정 주체가 아닌 운용조직에 그 책임을 묻는 것도 합리적이지 않다. SAA라는 기금운용에서 가장 중요한 투자 의사결정에 기금운용 주체의 운용 역량과 개선 노력이 항상 과소 투입되는 근본 이유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기금의 SAA 활동은 온전히 운용조직의 역할과 책임으로 설정되는 의사결정체계를 제안한다. 자산배분 관련 의사결정체계에서 레퍼런스포트폴리오의 설정은 운용위원회의 역할로 남겨 두고, SAA를 포함한 하위의 모든 배분 활동은 운용조직의 역할과 책임으로 부여되는 구조를 의미한다. 12)

이러한 의사결정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운용조직에 대한 성과평가도 함께 개편되어야 한다. TAA를 포함한 액티브운용에 의한 초과수익 성과로 한정되던 운용조직의 성과는 시장수익을 포함한 기금의 전체 수익성과로 확대되어야 한다. SAA에 의한 전략적자산배분 효과 역시 성과평가의 대상에 포함되며, 자산군 분류의 적절성과 벤치마크 효과 등이 모두 평가에 반영되어야 한다. 이러한 성과평가 결과는 운용조직의 성과보수에 반영됨으로써, 기금운용 지배구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인인 이해관계 정렬(interest alignment)을 도모할 수 있다. 이에 앞서 SAA 활동에 관련된 운용조직의 전문성 및 역량 강화 역시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라 하겠다.
1) 2018년 4차 재정재계산에 의하면 2022년에 기금 규모가 1,0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2) 전략(SAA) 포트폴리오, 전술(TAA) 포트폴리오, 실현(Actual) 포트폴리오
3) 연금의 재정방식은 적립방식(funded system)과 부과방식(pay-as-you-go system)으로 나뉘는데, ALM에 의한 기금운용은 적립방식에서만 의미가 있다.
4) ‘2019년도 국민연금기금 성과평가’에서는 국민연금의 3년 평균 수익률에서 SAA의 기여도는 96.3%이며, 5년 평균에서는 99.2%로 보고하고 있다. 이를 10년 평균 장기수익률로 확장하면 SAA의 수익기여도는 100.3%에 이르러, 사실상 기금의 수익성과는 모두 SAA에 기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5) 예를 들면, 국민연금기금은 국내주식, 해외주식, 국내채권, 해외채권, 대체투자라는 5개의 전략 자산군(strategic asset class)을 설정하고 있다.
6) 국민연금 국내주식의 전략 벤치마크는 배당 포함 KOSPI로 설정되어 있다. 이로 인해 KOSDAQ은 벤치마크 외종목(offbenchmark)으로 시장수익(β)이 아닌 초과수익(α)의 원천이 되며, 결과적으로 시장비중보다 과소투자된다. 이러한 일련의 의사결정이 기금의 장기적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정량적으로 평가되고, 운용에 피드백되어야 한다.
7) CPPIB Annual Report, 2020, Globally diversified portfolio of publicly traded securities, that could be invested in at very low cost, to express the risk target.
8) NZSF Annual Report, 2020, A shadow or notional portfolio of passive, low-cost, listed investments suited to the fund’s long term investment horizon and risk profile.
9) 국민연금기금은 레퍼런스포트폴리오를 ‘장기투자의 기준으로 단순 저비용 패시브 포트폴리오 또는 자산군의 조합’으로 정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0) 환위험(currency risk) 측면에서 안전자산은 국내채권(domestic bond)으로 설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11) 일반적으로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을 의미하나, 최근에는 ‘시장으로부터의 독립성’도 현안 과제이다.
12) 대형 공적기금에 대한 OCIO 위탁운용 방식에서 운용조직은 OCIO 운용사를 의미한다. 즉, 자산보유자인 기금은 레퍼런스포트폴리오를 설정하여 이를 OCIO 운용사에 운용목표(mandate)로 부여하고, OCIO 운용사는 이에 기반하여 전략적자산배분을 포함한 모든 배분 전략을 구사하는 완전위임(full discretion)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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