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통화 스와프

마지막 업데이트: 2022년 4월 22일 | 0개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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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 김대호 박사 진단 한미정상회담

한국의 통화 스와프

오는 21일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해 종료된 한미 통화스와프를 부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1300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상시 통화스와프를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9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지난 6일 원달러 환율은 1272.7원로 연중 최고점을 경신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2020년 3월 19일 기록한 1285.7원 이후 2년 1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0.5% 올린 데 이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으로 추후에도 통화 긴축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환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통화 스와프 이날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외환·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제거하기 위해 오는 2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 통화스와프 의제가 긍정적으로 논의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통화스와프는 두 국가가 특정한 일자나 기간을 정해 현재의 환율에 따라 필요한 만큼 돈을 한국의 통화 스와프 교환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는 최초 계약 때 미리 정한 환율로 원금을 재교환하는 외환 거래를 의미한다.

이는 양국 중앙은행 간 통화스와프는 자국의 통화를 상대국 중앙은행에 맡기고 이에 상응하는 외화를 빌려오는 방식으로 특히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는 달러를 자유롭게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외환위기 가능성을 원천 배제하는 효과를 가진다.

현재 상황에서 미국와의 통화스와프가 현실적으로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무엇보다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 미국은 현재 EU를 비롯해 영국, 일본 등 주요 기축통화국과 상시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있다. 해당 국가와의 통화스와프로 미국은 유로, 파운드, 엔화가 필요할 때 있는 만큼 안정적으로 가져다 끌 수 있다.

이에 대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미국과의 상시 통화스와프 가능성에 대해 묻는 질문에 "미국과 상설 통화스와프를 맺은 국가는 세계적인 금융허브인 국가들"이라며 "한국이 상시 통화스와프를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원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한시적으로 통화스와프를 시행하는 경우는 금융위기 등 극단적인 위기 상황에서 신흥국에 달러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경우에 해당한다. 신흥국의 국가 부도 등 경제 위기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위기에 빠질 가능성을 염려해 취하는 조치로 한국의 경우엔 지난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3월 코로나19 펜데믹 초기에 시행됐다. 지난 2008년에는 한국이 미국에 먼저 요청했고 2020년에는 미국이 한국 등 9개국을 대상으로 선제 조치했다. 일각에서는 통화스와프의 필요성 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최우진 연구위원은 "과거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되면 환율이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었지만 이는 실질적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환율을 안정시킨 것이 아니라 경제 위기에 대한 공포와 우려를 안정화한 것"이라며 "통화스와프 당시와 비교할 때 현재 통화스와프가 최우선으로 활용돼야 하는 위기 상황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더욱이 최근 원화는 달러 절상률 대비 낮은 절하율을 기록하고 있다. 주요국들의 통화에 비해 비교적 통화가치를 잘 방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달러에 기대기 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원화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신중한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새 정부가 출범하면 한미 통화스와프를 여러 대응책 중 하나로 검토하겠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진행된 것은 전혀 없다”며 “한미 통화스와프가 성사되지 않더라도 한국 경제가 문제 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다음 달 방한은 윤석열 정부의 향후 5년은 물론 한국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거대 이벤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 간에는 인플레이션 이슈와 연계된 통화 스와프 체결 외에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IPEF)과 같은 통상, 반도체·배터리 등 미래 산업과 관련한 공급망 이슈 등 논의할 의제가 산더미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에 따른 에너지 수급 문제 해결, 탈탄소 드라이브의 속도 조절과 연계된 원자력발전 협력 등도 다뤄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한미 동맹을 명실상부한 경제·과학·기술 동맹으로 업그레이드할 기회로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을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8일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과 한국의 통화 스와프 관련해 우리 정부가 얻어내야 할 성과로 한미 통화 스와프 협정 체결을 첫손에 꼽고 있다. 대내외 악재로 천정부지로 치솟는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키려면 기축통화국인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 협정만 한 게 없다는 것이다. 실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한미 통화 스와프는 우리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 차례 연장됐던 한미 통화 스와프는 지난해 말 종료된 상태다.

미국이 다음 달부터 공격적인 통화 긴축 행보를 예고한 상황에서 한미 간 통화 스와프 협정이 체결되면 미국발 금리 인상의 충격을 줄일 수 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가 통화 스와프를 체결한 나라 중 힘 있는 나라는 사실상 중국이 유일하다는 점에서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 체결은 필수”라며 “철강 수출 쿼터 확대를 위한 무역확장법 232조와 같은 각종 통상 이슈에서 미국 측으로부터 얻어낼 부분이 크지 않은 만큼 통화 스와프 부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반드시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한미 통화 스와프를 상설화할 수 있다면 금리·물가 정책에서도 한결 유연한 대응이 가능해진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화 스와프는 외환시장의 불안 심리를 안정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며 “특히 최근 한미 관계가 다시 좋아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만큼 바이든 대통령 방한에 맞춰 경제 부처를 중심으로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을 시도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른바 대(對)중국 포위망으로 알려진 IPEF 또한 바이든 대통령 방한과 관련한 주요 이슈다. 미국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 등에 따르면 미국 측은 △공정하고 회복력 있는 무역 △공급망 회복력 △청정에너지·탈탄소화·인프라 △조세·반부패 등 4개 분야를 IPEF의 핵심 의제로 설정했다. 미국 측은 국무부가 아닌 상무부가 IPEF를 주도하도록 해 일종의 ‘경제 협약’ 형태로 IPEF를 구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속내는 ‘중국 견제’이지만 주요국들이 중국을 의식해 IPEF 가입을 망설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우리 정부는 IPEF 참여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이 때문에 IPEF 관련 의제에 국내 산업계의 의견이 포함될 수 있도록 ‘실리 외교’를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정민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IPEF와 관련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더라도 협의체 구성과 같은 최소한의 공감대는 만들어야 한다”며 “IPEF에 한국 측의 이해를 반영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라고 말했다.

갈수록 커지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을 감안해 ‘전략적 모호성’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이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현재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와 경제 현황을 보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고민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며 “현 상황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공고화해야 하지만 중국을 크게 자극하지 않는 형태의 포지션을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보다 구체적인 성과가 도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철강 업계는 분기 쿼터 유연화, 품목 예외 수출 물량의 연간 쿼터 미차감 등을 원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는 미국 관련 우방국과의 원자재 분야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이 아프리카와 남미 광산을 사들이며 원자재 공급망을 장악하면서 국내 배터리 산업의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과 자국 기업을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 정부는 반도체 관련 분야에 5년간 520억 달러(약 62조 원)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한국 등 외국 기업은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이 나타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만 해도 미국 테일러시 반도체 공장에 약 20조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지만 정작 지원에서 차별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재계에서는 미국 기업들의 한국 기업 견제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 문제를 민간에만 맡길 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가르마를 제대로 타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김박사 진단] 환율대란 속 '통화스와프' 빠진 한-미 공동성명?

김대호 박사 진단 한미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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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정상은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 이례적으로 '외환 협력'을 명시했다. 한미공동성명서 속 '외환 합의' 대목의 전문은 " 질서있고 잘 작동하는 외환시장을 포함하여 지속 가능한 성장과 금융 안정성을 증진하기 위해, 양 정상은 외환시장 동향에 관해 긴밀히 협의해 나갈 필요성을 인식하였다"로 되어있다. 대통령실은 한미정상의 공동성명에 '외환시장 동향 긴밀 협의' 문구가 반영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양국 정상의 공동선언에 외환합의는 최초로 등장한 것이다.

왕윤종 경제안보비서관은 정상회담 직후 브리핑에서 "어떤 측면에서 보면 금융시장을 포함해 외환시장 안정화에 대해 두 정상이 굉장히 관심을 두고 있고 협력기반을 다양한 방법으로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밝혔다. '통화스와프 등 어떤 방안들이 논의된 게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 통화스와프를 한다면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담당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통화스와프 이상으로 외환시장 발전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필요한 협력을 앞으로도 해나가겠다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통화스와프는 아니며 그 이상의 협력이라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 정상이 외환시장 동향과 관련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최근 불확실성이 증폭된 외환시장에도 훈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원 달러 환율 1,300원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심리적 안전판 역할을 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정상회담에서 외환시장에 대한 협력 의지를 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상 미국이 다른 나라와 정상회담을 하면서 외환시장을 거론하는 것은 인위적인 평가절하를 경고하는 내용인 경우가 많았다. 우리의 경우는 현재 원 달러 환율의 급등을 제동하는 한국의 통화 스와프 의미이므로 그 반대 사례인 셈이다. 양국이 외환시장 동향 점검 등을 위한 협의를 정례화하고 필요하면 수시로 공조 방안을 찾기로 한 점 역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양국 정상 간 합의는 외환시장에 심리적 안전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일종의 방패 역할을 할 수 있다. 양국이 안정적 외환시장 관리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함께 모니터링하고 문제가 발생한다면 협력해서 빠르게 문제를 시정하겠다는 포괄적이고 원론적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미 정상이 외환시장 안정에 관심을 갖고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인 만큼 시장 심리 안정에는 상당한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환시장에서 앞으로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문을 열어둔 합의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이 언급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 외환협력 정도의 문귀만으로 한미 통화스와프를 연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통화스와프는 두 국가가 현재의 환율에 따라 필요한 만큼의 돈을 상대국과 교환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최초 계약 때 정한 환율로 원금을 재교환하는 거래다. 미국은 이 순간에도 유럽연합(EU)이나 영국, 일본,캐나다 등 주요 기축통화국과 상시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있다. 금융위기 급 상황에선 신흥국들과 한시적인 통화스와프를 체결한다.
우리나라 원화는 그동안 상시 스와프를 체결할 위상에 오르지 못했다. 통화스와프 체결 주체가 행정부가 아닌 중앙은행이라는 점도 변수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행정부의 의견을 수용하는 것은 별도의 이슈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합의 내용만으로 통화스와프 체결 가능성을 논하기에는 이르다"면서 "다만 앞으로 정례적인 협의가 이뤄지는 만큼 가능성을 사전에 배제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요즘 환율이 불안하다는 점이다. 미국이 인플레를 수습한다며 연이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미국 달러 가치가 치솟고 그 결과로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세계 경제에 대한 불안 공포도 상대적 안전 자산인 달러 쏠림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전 세계의 돈이 달러로 이동하면 달러 가치는 치솟고 환율은 더 오르게 된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이 늘어나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우리 기업이 수출을 할 때 환율 상승 폭만큼 가격경쟁력이 높아진다. 그것도 정도 나름이다. 환율이 너무 빠른 속도로 높아지면 원자재 수입가격이 급격하게 올라 아예 물건을 사올 수 없게 될 수 있다. 요즈음 상황이 바로 그렇다. 환율 상승은 또 외국인 자본의 국내 시장 유입을 막는다. 들어와 있던 돈 마저 빠져 나가게 된다. 실제로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자금이 국내 주식과 채권 시장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외국인 투자가들이 올 들어 국내 증시에서 순매도한 규모는 15조 원을 넘어섰다. 외국인 자본의 이탈은 국내산업의 기반을 흔드는 것은 물론이고 코스피와 코스닥의 폭락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요즘 상황에서 환율의 급격한 상승은 득보다 실이 훨씬 더 크다. 거시경제의 기반을 통째로 뒤흔들 수도 있다. 원유와 원자재 조달 비용까지 늘어 3월 이후 3개월 연속으로 무역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미국의 급격한 긴축에 따른 주변국 화폐가치 하락은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등 주변 국가들이 모두 겪는 현상이지만 경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원화의 국제 경쟁력이 취약한 한국은 외환시장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 원화 가치가 급락하면 원유와 원자재 등 수입물가 부담이 커져 국내 한국의 통화 스와프 인플레이션도 한층 자극하게 된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환율을 방어해야 하는 이유이다.

환율을 방어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외환보유액이다.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달러를 시장에 풀면 그 만큼 환율은 내려가게 된다. 문제는 그 외환보유액이 넉넉하지 않다는 데 있다, 외환보유액이란 한 나라가 일정 시점에서 보유하고 있는 대외 외환채권의 총액을 말한다. 국가의 지급불능 사태에 대비하고 외환시장 교란 시 환율 안정을 위해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의 총액이 바로 외환보유액이다. 여기에는 금과 한국의 통화 스와프 달러 그리고 엔, 파운드, 유로화 등 글로벌 기축통화 등이 있다. 한 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과 한국은행이 갖고 있는 보유 외환, 그리고 국내외 보유금 등으로 구성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말 현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전월보다 한국의 통화 스와프 85억1000만달러 줄어든 4493억달러이다. 2개월 연속 감소했다. 미국의 연이은 빅스텝 금리인상으로 미국 달러화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유로화, 파운드화, 엔화 등 기타통화 자산의 달러 환산액이 줄어들면서 달러 기준 외환 보유액이 줄었다. 슈퍼 강(强)달러 국면 속에서 원·달러 환율이 뛰자 외환당국이 환율 안정을 위해 직접 달러화를 매도한 점도 외환보유액 감소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나라의 적정 외환보유액 규모가 어느 정도인가에 대해 정형화된 기준은 없다. 국가다 상황이 달라 획일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국제결제은행(BIS) 등의 권고를 참고해 나라마다 적정 외환보유액을 추산하고 있다. IMF는 연간 수출액의 5%, 시중통화량(M2)의 5%, 유동외채의 30%, 그리고 여기에 외국증권 및 기타 투자금 잔액의 15% 등을 합한 규모의 100~150% 수준을 적정 외환보유액으로 보고 있다. 이 기준으로 본다면 우리나라의 적정 외환보유액 규모는 약 6810억 달러다. 현재 우리가 확보하고 있는 외환보유액(4493억 달러)는 여기에 한참 못 미친다. IMF의 외환보유액 적정성 평가(ARA)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0.99로 기준에 미달했다. IMF보다 그 기준이 더 엄격한 BIS가 제시한 우리나라 적정 외환보유액은 지금의 약 2배에 달하는 9300억 달러다. BIS 기준으로 그 절반 정도만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IMF나 BIS 등에서 권고하는 적정 수준에 못 미친다.

지금과 같은 글로벌 경제위기 국면에서는 통화스와프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위기 때 원화를 미국에 맡기고 그만큼의 달러를 빌려오는 제도다. 미국에 '달러화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는 셈이다. 미국과 통화스와프가 이뤄지면 비상 상황에 원화를 맡기고 미리 약정한 환율로 달러를 빌릴 수 있다. 외환보유고가 추가로 늘어나는 효과를 보는 셈이다. 그 상징성만으로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크다. 한국은 2008년 300억 달러, 2020년 600억 달러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위기를 넘겼다.

미국은 금융허브 국가인 유럽연합(EU)과 영국, 일본 등과만 상설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다. 나머지 국가와는 위기 때만 한시적으로 맺는다. 지금 한미 동맹은 군사 동맹을 넘어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 구축 등 포괄적 경제·안보 동맹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 간에도 준상설 통화스와프를 못 만들 이유가 없다. 한국의 금융시장 안정성이 강화되는 것은 동맹국인 미국에도 플러스가 될 수 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잔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통화스와프 협의가 진행될 수 있냐'는 질문에 "실질적으로 논의는 진행된다고 알면 된다"며 "재정, 금융, 외환시장 안정 등 어떤 위기에도 한·미 양국이 원활하고 신속하게 협력하는 것을 전제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미공동성명에서 통화스와프는 언급되지 않았다.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이면의 합의가 있을 수 있는 만큼 한미공동성명의 문귀에 얽매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는 공동선언문에 '한미간 달러와 원화 교환 등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협력을 강화한다'는 차원의 내용만 넣고, 양국 중앙은행 간 실무 논의를 이어가는 방안도 거론된다. 서로 민감할 수 있는 단어를 배제하면서 실익을 얻을 수 있는 쪽으로 협상이 진행될 수도 있다.

통화스와프는 협상을 맺은 국가간 비상시 각자의 통화를 빌려주는 계약으로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 개념이다. 유사시 자국 화폐를 맡기고 미리 정해진 환율로 상대국 통화를 빌려올 수 있다. 미 달러화는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69%를 넘어서는 등 막대한 비중을 차지한다. 원화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축통화가 아닌 만큼, 위기 국면에서 외화자금 조달이 급할 때 외화 유동성 위기를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와 체결했던 600억달러 규모의 한시적 통화스와프 계약이 종료됐다.

일각에서는 2021년 12월 통화스와프 종료로 이를 보완하기 위해 활용하기로 한 '상설 임시 레포기구(FIMA Repo Facility)'의 거래한도를 늘리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 현재의 거래한도는 600억 달러다. FIMA 레포제도는 달러 유동성이 부족할 때 한은이 외환보유액의 일부로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를 담보로 제공하면 연준이 달러화를 공급하는 합의다. 미국 국채를 시장에 매도하지 않고 달러를 조달할 수 있어 달러 유동성 조달 창구 역할을 한다. 2020년 3월 31일 한시적으로 도입했다가 지난해 7월 상설화했다. 한은은 아직까지 단 한 차례도 FIMA 레포기구 자금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를 사용하게 되면 시장에서 얼마나 급하면 이런 자금도 쓰느냐는 식의 '주홍글씨'가 씌어질 수 있다. 레포 자금을 사용하게 되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시장을 불안하게 볼 수 있다. 한국이 그 정도로 불안한가 생각을 야기하여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통화스와프가 훨씬 낫다. 임시 통화스와프 보다 상설 또는 준 상설 통화스와프가 훨씬 더 효과적이다. 통화스와프 대한 외굑적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추경호 부총리-옐런 장관 만나 통화스와프 논의하나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다음 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회담을 할 예정이어서 한미 통화스와프 부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300원 대로 치솟은 원·달러 환율이 앞으로 더 뛸 가능성이 높은 만큼 외환 시장 안정화를 위해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재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19~20일 한국을 방문해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한미 재무장관회의를 갖는다. 현재까지 알려진 논의 의제는 한미 경제·금융 협력과 G20(주요 20개국) 등 다자협의체를 통한 정책공조 강화방안 등이지만 외환시장 안정화를 위한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 논의 가능성도 거론된다.

  • [환율전망] 원·달러 환율, 하락 출발 예상…안전자산 선호 심리 약화 한국의 통화 스와프 숨고르기
  • ‘양날의 검’ 된 미국 고용지표. “연준 추가 긴축 신호”
  • 원ㆍ달러 환율, 3.5원 오른 1303.9원 마감… 달러 강세 여전

한미 통화스와프는 한국의 원화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에 맡기고 달러화를 가져오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금융위기를 겪던 2008년 미국과 처음으로 통화스와프(300억 달러 규모) 계약을 맺었다. 당시 우리나라가 금융위기를 잘 극복하는 데 통화스와프가 큰 역할을 했다. 이후 2020년 3월 한국은행과 미 연준은 600억 달러 규모의 양자 간 통화 스와프 계약을 체결했으며 작년 12월 말 계약이 종료됐다.

양국의 통화스와프 재개 논의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은 올해 5월 열린 한·미 정상회담 공동선언문과 무관치 않다. 선언문에는 양국이 외환시장 동향에 대해 긴밀히 협의해 나갈 필요성을 인식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다만 통화스와프 재개 논의가 이뤄질 지는 아직 미지수다. 통화스와프 재개 결정권은 양국의 중앙은행인 한은과 미 연준에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도 이 점 때문에 양국 재무장관 회의에서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 논의가 공식의제가 되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국내 외환시장에서는 이번 엘런 장관과 추 부총리 간 만남이 양국 간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의 물꼬를 터주길 고대하고 있다. 고환율이 계속되면서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이 필요하다는 게 그 이유다.

원·달러 환율은 그동안 '경제위기' 신호로 여겨져 온 1300원대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특히 미 연준이 이달에도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 인상)을 예고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1350원 이상으로 치솟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계속되는 원·달러 환율 상승은 원자재 등 수입물가 상승을 부추겨 무역수지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 대외신인도 유지와 외환위기 방지를 위해 쌓아 놓은 한은의 외환보유액도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환율 방어를 한국의 통화 스와프 위한 달러 매도 영향으로 외환보유액이 전월보다 94억3000만 달러 줄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우리나라의 국가신인도 악화로 이어져 대규모 외국인 자금 이탈을 배제할 수 없다.

김현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고환율로 인한 교역조건 악화로 무역수지 적자기조가 고착화 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대외건전성을 악화시키고 자본유출을 유발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사시 신속하고 원활한 긴급 외화유동성 확보를 위해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을 재개할 수 있도록 연준과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통화 스와프

주요 20개국 재무장관 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추경호 부총리는 16일 동행기자 간담회에서 '오는 19일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과의 면담 때 한미 통화스와프 문제가 의제로 오르느냐'는 물음을 받았다. 이에 추 부총리는 "지금 특정한 건에 관해 말하긴 어렵다"며 즉답을 피하면서도 "양국 간 금융안정, 외환시장 협력 방안을 폭넓게 논의하면서 정책 협력 방안에 대한 얘기도 오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해 가능성을 한국의 통화 스와프 열어놓았다.

우리 경제의 최후의 보루, 방파제 역할을 하는 외환보유액이 넉달 연속으로 감소했다. 사진=한국은행

우리 경제의 최후의 보루, 방파제 역할을 하는 외환보유액이 넉달 연속으로 감소했다. 사진=한국은행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넉달 연속으로 줄긴했지만 4000억 달러가 넘는 등 결코 적지 않은데도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역으로 외환보유액이 부족하다는 말이 된다. 우리나라의 적정 외환보유액에 이목이 쏠린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미국달러 강세 현상이 지속됨에 따라 원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외환 당국이 달러 매도에 나서면서 외환보유액은 큰 폭으로 줄었다. 6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382억 8000만 달러로 5월 말에 비해 94억 3000만 달러 줄었다. 외환보유액은 올 들어 3월(-39억6000만 달러), 4월(-85억1000만 달러), 5월(-15억9000만 달러), 6월(-94억3000만 달러) 등 4개월 동안 234억9000만 달러가 줄었다.

외환보유액이 줄어들 경우 정책 여력이 줄어들어 환율이 급등하거나 급락시 변동성을 방어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한미통화스와프 재개 목소리가 힘을 얻는 대목이다. 특히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오는 19~20일 한국을 방문해 19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리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잇따라 만날 예정이어서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우리나라가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와 체결한 600억 달러 규모의 한시 통화스와프 계약은 지난해 말 종료됐다. 통화스와프는 협상을 맺은 국가간 비상시 각자의 통화를 빌려주는 계약으로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 이다.

이런 주장들은 6월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쌓아놓은 4382억 8000만 달러 규모의 외환보유액이 적정 외환보유액에는 부족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2022년 5월 말 기준 주요국 외환보유액 현황. 사진=한국은행

2022년 5월 말 기준 주요국 외환보유액 현황. 사진=한국은행

국제통화기금(IMF)은 적정 외환보유액을 ▲연간 수출액의 5% ▲통화량(M2)의 5% ▲유동외채의 30% ▲외국인 증권과 기타투자금 잔액의 15% 등 네 가지 항목을 합한 규모의 100~150% 한국의 통화 스와프 수준으로 제시한다. 이 기준을 적용한 한국의 적정 외환보유액 비중은 2020년 98.97%로 내려간 뒤 지난해에도 98.94%로 2000년 이후 가장 낮았다.이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적정 외환보유액은 규모는 약 6810억 달러로 추정된다.

또 국제결제은행(BIS)은 적정 외환보유액 규모로 석 달치 수입액과 유동외채, 외국인 주식 투자자금 3분의 1을 합친 금액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적정 외환보유액은 9300억 달러가 수준이 된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지난 2월 한 언론사 기고문에서 "IMF가 내놓은 새로운 권고에 따르면 6800억 달러 안팎, BIS에 따르면 9000억 달러가 우리나라 적정 외환보유액 수준"이라면서 "이를 기준으로 보면 당연히 외환보유액을 더 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한국의 통화 스와프

더 심각한 자료도 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과 GDP 비중이 6월 말 기준으로 27%에 불과하다. 스위스(139%)나 홍콩(134%), 싱가포르(102%)가 100%가 넘는 것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다. 대만 91%, 사우디아라비아 59%이다.

스위스는 GDP가 7480억 달러로 한국(1조6300억 달러)의 절반도 안 되지만 외환보유액은 1조 4110억 달러로 2.5배 수준이다. 대만은 GDP(6026억 달러)지만 외환보유액은 5489억 달러로 한국보다 많다. 1997년 외환위기 때 대만은 GDP 91% 외환보유액 비축으로 위기를 넘겼다.

결론은 외환보유액을 더 쌓아야 한다는 것으로 모인다. 그렇지만 꼭 이런 기준을 맞추는 나라는 없다. 외환보유액 3조1278억 달러(5월 말 기준)로 세계 1위인 중국은 IMF 기준으로 69%에 그친다.

한은 관계자는 "외환보유액 적정 수준에 대한 기준이 각 기관이나 학자마다 다르기 때문에 절대로 통용되는 기준은 없다"면서도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대외 충격에 대응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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